광암항 주차장 한쪽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습니다. 『우해이어보』를 소개하는 판입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데, 이 안내판이 이 항구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우해(牛海)는 옛 진해의 별칭이고, 그 진해현이 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입니다. 김려는 1801년 신유사옥에 연루돼 이곳으로 유배를 왔고, 여기서 앞바다의 물고기들을 하나하나 적어 『우해이어보』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쓰인 어보이고, 훨씬 널리 알려진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십 년 넘게 앞섭니다.
그러니까 광암항 앞바다는 200년 전에 이미 "여기 뭐가 사는지" 기록으로 남은 바다입니다. 지금도 그 성격은 그대로여서, 이 작은 항에서 올라오는 어종의 가짓수가 꽤 많습니다.
1. 어떤 항인가
광암항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요장리에 있습니다. 국가어항으로 규모를 키우는 정비 사업을 마쳐서, 예전에 이곳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다시 왔을 때 낯설 만큼 달라져 있습니다. 주차장이 넓어졌고, 방파제 진입로와 화장실이 새로 놓였습니다.
방파제는 크게 둘입니다.
| 방파제 | 등대 | 성격 |
|---|---|---|
| 북쪽 방파제 | 흰색 | 길이가 상당하다. 끝까지 걸으면 꽤 걸린다 |
| 진동(광암)방파제 | 붉은색 | 무지개 터널·포토존·조명이 깔린 산책형 |
수평선을 기대하고 오시면 조금 허전할 수 있습니다. 광암항에서는 수평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을 거제도가 통째로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만큼 파도가 없고 물이 잔잔합니다.
2. 워킹으로 뭐가 올라오나
바로 옆이 광암해수욕장이라 바닥이 모래와 돌이 섞여 있고, 그래서 잡히는 어종이 다양합니다.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를 노리는 구멍치기가 잘 통하는 자리입니다.
씨알을 기대하기보다 마릿수와 종류를 즐기는 곳에 가깝습니다. 작은 농어가 지겨울 정도로 붙는 날이 있고, 보리멸과 붕장어, 볼락 종류가 섞여 올라옵니다. 늦여름에는 씨알이 굵어져 가져갈 만한 크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낮보다 밤이 낫습니다. 조명이 깔린 구간은 불빛에 베이트가 모이고, 그 아래로 고기가 붙습니다.
3. 선상은 문어와 감성돔
광암항에서는 선상 출조가 여러 척 나갑니다. 대체로 새벽에 출항해 거제대교 인근, 가조도, 원전 앞 양식장 주변까지 포인트를 돌며 이동합니다.
- 문어: 봄과 가을 모두 시도하지만 씨알은 가을이 확실히 큽니다. 대신 가을에는 마릿수가 줄고 한 방씩 나오는 패턴이라, 세 시간 동안 입질 한 번 없는 시간도 각오해야 합니다. 1kg을 넘기면 그날 배에서 큰 편에 듭니다.
- 감성돔: 늦가을부터 겨울이 본격 시즌입니다. 크릴 밑밥을 치고 찌를 흘리는 방식으로, 27~35cm대 마릿수 조과가 나옵니다. 부시리나 방어가 손님고기로 붙기도 합니다.
- 그 밖에 광어, 우럭, 갑오징어, 주꾸미, 갈치를 시즌에 맞춰 다닙니다.
항 바로 앞 횟집에서 잡은 고기를 손질해 줍니다. kg당 요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니, 양이 많으면 미리 여쭤보고 맡기세요.
4. 월별로 정리하면
| 시기 | 워킹 | 선상 |
|---|---|---|
| 3~5월 | 볼락, 잡어 위주 | 문어(마릿수), 도다리 |
| 6~8월 | 농어 새끼, 보리멸, 붕장어 | 갈치, 광어 |
| 9~11월 | 씨알이 굵어진다 | 문어(대물), 주꾸미·갑오징어, 감성돔 시작 |
| 12~2월 | 학꽁치, 볼락 | 감성돔 본시즌 |
한 가지 참고할 점은, 이 항에서 워킹 조과의 기복은 어종보다 사람 수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주말과 축제 기간에는 방파제 명당이 일찍 찹니다. 진동면에서는 계절 축제가 종종 열리고, 그런 날에는 항 전체가 사람으로 찹니다. 조용히 낚시할 생각이라면 평일 저녁이 훨씬 낫습니다.
5. 남해인데 뻘이 드러납니다
방파제 바깥으로 물이 빠지면 갯벌이 넓게 드러납니다. 처음 보는 분들이 놀라는 대목입니다.
남해의 조차는 대체로 2m 안팎입니다. 최대 9m에 이르는 서해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조차가 30cm뿐인 동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남해 안쪽 만에서는 물때가 분명히 작동합니다. 다만 서해처럼 몇 킬로미터씩 갯벌이 열리는 게 아니라, 항 바깥과 해수욕장 앞이 얕게 드러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쓰면 됩니다.
- 워킹 낚시: 완전히 물이 빠진 시간대에는 던져도 수심이 나오지 않습니다. 들물이 시작해 물이 차오르는 구간이 낫습니다.
- 해수욕장 산책·조개 구경: 간조 앞뒤가 걷기 좋습니다.
- 선상 출조: 출항 시각은 물때보다 선사 일정에 따르지만, 조류가 도는 시각을 알고 있으면 입질 패턴이 읽힙니다.
당일 만조·간조 시각은 이 글 아래 광암항 물때표에 나와 있습니다. 물때 용어가 낯설다면 물때표 보는 법 가이드를, 어종별 물때 활용은 바다낚시 물때 활용법을 참고하세요. 인근 다른 포인트는 오늘물때 지도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6. 미더덕의 고장입니다
방파제로 걸어가는 길에 광암 어촌계 미더덕 판매장이 있습니다. 간판 그대로 미더덕과 오만둥이를 주로 파는 곳입니다.
진동 앞바다는 국내 미더덕 생산의 중심지입니다. 이 항구가 낚시객보다 먼저 먹여 살린 것이 미더덕 양식이고, 봄철이면 항 주변이 손질 작업으로 바쁩니다. 미더덕과 오만둥이(주름미더덕)는 다른 종인데, 미더덕은 향이 강하고 오만둥이는 식감이 단단합니다. 찜에 넣을 거라면 향은 미더덕, 씹는 맛은 오만둥이 쪽입니다.
7. 차박과 캠핑
광암항이 알려진 또 하나의 이유가 차박입니다. 주차 공간이 넓고 파쇄석이 깔린 자리가 있어 텐트를 펴기 어렵지 않습니다.
| 항목 | 상황 |
|---|---|
| 주차 | 넓다. 신설 구역도 있다 |
| 화장실 | 수세식으로 새로 놓였고 24시간 개방한다 |
| 샤워 | 항에는 없다. 해수욕장 샤워실은 성수기에만 |
| 취사 | 가능하나 항 특성상 바람이 세다 |
| 배달 | 배달앱이 대부분 잡히는 위치다 |
화장실이 공용 시설이 아니라 방문객을 위해 열어둔 것이라는 점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깨끗이 쓰지 않으면 닫히는 게 순서입니다.
8. 걷는 코스
광암항에서 광암해수욕장을 지나 해변 데크길을 따라가면 주도마을이 나옵니다. 왕복 40분 정도이고 경사가 없어 부담이 없습니다. 야간에는 방파제 무지개 터널과 조명 거리가 켜져서 산책 코스로 인기가 있습니다. 다만 길에는 조명이 있어도 바다 쪽은 어두우니, 아이와 함께라면 난간 안쪽으로 다니세요.
광암해수욕장은 창원에 하나뿐인 해수욕장입니다. 자연 해변이 아니라 조성해서 만든 곳이라 백사장이 길지는 않지만, 여름에는 평상과 파라솔을 빌려주고 화장실·샤워실도 그때만 함께 엽니다. 해변 안쪽으로 오션뷰 카페가 몇 곳 있어 물이 들어차 낚시가 안 되는 시간을 때우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움직일 수 있다면 두 군데를 덧붙일 만합니다. 광암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로봇랜드로 갈 수 있고, 항 건너편으로 보이는 고현리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날 낚시가 안 풀리면 이쪽으로 방향을 트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9. 지켜야 할 것
| 어종 | 잡으면 안 되는 크기 |
|---|---|
| 감성돔 | 25cm 이하 |
| 볼락 | 15cm 이하 |
| 광어(넙치) | 35cm 이하 |
| 우럭(조피볼락) | 23cm 이하 |
| 문어(왜문어) | 300g 이하 |
비어업인이 쓸 수 있는 도구는 손, 집게, 갈고리, 호미, 투망, 쪽대·반두·4수망, 외줄낚시, 가리와 외통발(1인 1개)로 제한됩니다. 잠수용 스쿠버 장비 사용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잡은 것을 파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항 주변의 미더덕·홍합 줄과 부표는 전부 어촌계의 양식 시설입니다. 물 위에 떠 있다고 주인이 없는 게 아닙니다. 손대지 마세요.
10. 안전
- 방파제 난간을 넘어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파도가 없어 안전해 보이지만, 젖은 테트라포드는 미끄러지면 사이로 빠집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 밤에는 구명조끼를 입으세요. 잔잔한 항일수록 방심이 큽니다.
- 만조 시각에 물가 가까이 짐을 두면 젖습니다. 텐트 자리는 물때를 보고 정하세요.
- 항 안에는 조업 중인 어선과 해경 선박이 오갑니다. 계류 로프와 선박 진출입로에 채비를 던지지 않습니다.
정리
- 목적을 정합니다. 마릿수 워킹인지, 문어·감성돔 선상인지.
- 물때표에서 간조·만조를 확인하고, 워킹은 들물 구간에 맞춥니다.
- 방파제 두 곳 중 붉은 등대 쪽은 산책, 흰 등대 쪽은 낚시에 가깝습니다.
- 차박이라면 화장실 위치와 바람 방향을 먼저 보고 자리를 잡습니다.
- 금지체장 미달은 놓아주고, 양식 시설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시설 운영과 선사 일정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세요.
광암항 오늘의 물때
2026-08-15 · 10물
| 구분 | 시각 | 조위 |
|---|---|---|
| 간조 | 04:00 | 5cm |
| 만조 | 10:47 | 201cm |
| 간조 | 16:15 | 9cm |
| 만조 | 23:03 | 217cm |
일출 05:45 · 일몰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