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알라룸푸르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더위와는 전혀 다른 말레이시아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차밭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겨 카메론 하일랜드행 버스를 예약했고, 키아팜 시장과 가까운 콥톤 카메론 하이랜즈에서 이틀을 묵었습니다.
산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고원은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창문을 열면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고, 아침에는 산허리를 따라 안개가 움직였습니다. 번화한 도심 여행 중간에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싶다면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버스가 산길로 들어서자 멀미가 시작됐습니다
쿠알라룸푸르 TBS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네 시간가량 이동했습니다. 좌석은 편했지만 카메론 하일랜드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구불구불해졌습니다. 평소 차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 저도 마지막 한 시간은 창밖을 보며 버텼습니다. 멀미가 있다면 약을 미리 먹는 편이 좋습니다.
주말에는 차량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일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호텔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했는데, 카메론 하일랜드 안에서도 관광지가 넓게 흩어져 있어 교통편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오래됐지만 고원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호텔
콥톤 호텔은 반짝이는 신축 호텔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건물과 객실 곳곳에서 시간이 느껴졌지만, 넓은 공간과 창밖의 고원 풍경에는 이곳만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끓여 안개 낀 산을 바라보니 멀리 찾아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객실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은 예약 전에 알고 갔습니다. 실제로는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금세 서늘해져 에어컨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해가 지고 나면 긴소매 잠옷이 필요할 만큼 쌀쌀했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자는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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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키아팜 시장부터 걸었습니다
이 호텔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키아팜 시장이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침에 천천히 걸어가니 채소와 과일, 꽃을 펼쳐 놓은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갓 쪄낸 옥수수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시장 끝까지 둘러봤습니다.
카메론 하일랜드에서 재배한 딸기와 고구마, 차와 잼을 파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이것저것 사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버스에 실을 짐을 생각해 잼과 차만 골랐습니다. 카드보다 현금이 편한 작은 가게도 있어 링깃을 조금 준비해 가길 잘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차밭 앞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렸던 곳은 차 플랜테이션이었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촘촘하게 이어진 차나무를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규모가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티하우스 창가에 자리를 잡고 홍차와 스콘을 주문해 한참 동안 차밭만 바라봤습니다.
아침에는 안개가 풍경을 가릴 수 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차밭이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도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인기 있는 전망 자리는 사람이 빨리 차기 때문에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오전 일찍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할인 혜택도 있을까?최대 할인 혜택 확인하기이끼 숲은 신발부터 제대로 챙겨야 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모시 포레스트에 갔습니다. 안개와 습기를 머금은 나무마다 이끼가 두껍게 붙어 있어 차밭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길이 젖어 미끄러운 구간이 있었고, 평범한 샌들보다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를 신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카메론 하일랜드에는 라플레시아를 찾아가는 트레킹도 있지만 개화 시기와 체력을 고려해야 해 이번에는 모시 포레스트만 둘러봤습니다. 산속 날씨가 자주 바뀌어 작은 우산과 얇은 방수 재킷은 가방에서 여러 번 꺼냈습니다.

딸기 농장과 따뜻한 스팀보트
차밭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딸기 농장에도 들렀습니다. 직접 딸기를 따는 재미가 있었고, 농장마다 아이스크림이나 주스 같은 딸기 메뉴를 팔고 있어 잠시 쉬기 좋았습니다. 근처의 꽃 농장과 선인장 가게도 함께 둘러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저녁에는 브린창에서 스팀보트를 먹었습니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채소와 해산물을 뜨거운 육수에 익혀 먹으니 유난히 맛있었습니다. 인기 있는 가게는 저녁 시간에 자리가 빨리 차서 저희도 조금 이르게 움직였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위치가 기억에 남는 숙소
콥톤 카메론 하이랜즈는 새 호텔처럼 세련된 곳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키아팜 시장과 여러 농장이 가까웠고, 창밖으로 고원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했습니다.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차밭과 시장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긴 여행이라면 잘 맞는 숙소였습니다.
다시 간다면 이번처럼 2박 정도 머물며 평일을 고를 것 같습니다. 산길 이동이 길어 1박만 하기에는 아쉽고, 주말 정체 속에서는 고원의 느긋함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긴소매 옷과 멀미약, 편한 운동화만 잘 챙겨도 카메론 하일랜드 여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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