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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행 SEA NOTE 04

해운대 모래 조각을 지나 송도 바다까지, 부산의 하루

6월 4일, 해운대에 남아 있던 모래축제 작품을 보고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먹은 뒤 남포동을 거쳐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탔다. 암남공원 숲길과 용궁구름다리 앞에서 본 부산의 바다를 기록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대형 모래 조각과 푸른 하늘, 뒤쪽의 바다

6월 4일, 부산에서는 오전과 오후에 전혀 다른 바다를 봤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모래 조각을 둘러본 뒤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먹고 남포동 거리를 지나 송도로 이동했다. 마지막에는 바다 위 케이블카에서 오전과는 다른 방향의 해안을 내려다봤다. 사진의 촬영 시각은 오전 11시 6분부터 오후 3시 29분까지다. 같은 도시의 바다인데 백사장에 서 있을 때, 시장 골목을 지날 때, 케이블카에 올랐을 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달랐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있던 해운대 모래 조각

해운대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백사장 한가운데 커다란 모래 조각이 먼저 보였다. 작품 위로는 진한 파란 하늘이 넓게 펼쳐졌고, 뒤쪽에는 파도가 낮게 밀려왔다. 아래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니 조각의 규모가 짐작됐다. 바닷가에 잠시 놓인 장식이라기보다, 모래로 만든 건축물을 돌아보는 기분이었다.

해운대 백사장에 전시된 모래축제 조각의 세부 모습
가까이에서 본 해운대 모래 조각. 넓은 작품 안에 작은 표정과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축제 행사가 끝나고 모래 작품 전시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해운대구의 당시 축제 안내에서도 행사 기간과 작품 전시 기간을 따로 안내하고 있었다. 덕분에 6월 4일에도 백사장에서 조각을 볼 수 있었다. 같은 달에 여행하더라도 매번 같은 작품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니, 모래 조각이 목적이라면 그해의 전시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다.

여러 작품 중에는 대통령선거 날짜가 새겨진 것도 있었다. 모래에 적힌 6월 3일은 방문 바로 전날이어서, 이 풍경을 본 날이 더 분명해졌다.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다시 바다와 수평선이었다. 오래 남기 어려운 모래 조각과 계속 밀려오는 파도가 같은 백사장에 있었다.

모래 조각은 멀찍이서 볼 때와 둘레를 따라 걸을 때 볼거리가 달랐다. 전체 모습은 낮은 산처럼 컸지만, 가까이에서는 인물의 얼굴과 작은 무늬가 보였다. 작품 앞 사람의 키와 비교하니 모래를 얼마나 높이 쌓았는지도 실감났다. 바다만 보고 지나가면 놓칠 표정들이라, 한 작품을 본 뒤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움직이기보다 앞과 옆을 함께 돌아보는 쪽이 재미있었다.

대통령선거 날짜가 새겨진 해운대 모래 조각
6월 3일 날짜가 남아 있던 모래 조각. 방문한 날은 그다음 날이었다.

자갈치시장 안과 남포동 거리

정오가 지나 찍은 사진은 자갈치시장 안이다. 입구 쪽 ‘중앙’ 표지 아래로 수조가 양쪽에 이어지고, 물이 묻은 바닥 가운데로 긴 통로가 나 있었다. 바깥 백사장의 밝은 모래색에서 시장 안의 붉은 수조와 형광등 빛으로 장면이 확 달라졌다. 수조 사이 통로로 손님과 상인이 오가고 있었다.

자갈치시장 안 중앙 표지와 양옆으로 이어진 수조, 젖은 통로
점심 무렵의 자갈치시장 안. 수조 사이로 긴 통로가 이어졌다.

자갈치시장에서는 회를 먹었다. 큰 접시에 얇게 썬 회가 둥글게 놓였고,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살빛이 조금씩 달랐다. 초장과 간장을 나란히 두고 마늘, 고추와 함께 먹는 한 상이었다. 어떤 생선을 몇 kg 주문했는지까지 기록해 둔 식사는 아니지만, 바닷가를 구경한 다음 시장에서 실제로 회 한 상을 먹었다는 점은 이날 부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관광지 사이에 끼워 넣은 점심이 아니라, 시장을 찾은 목적 하나를 채운 시간이었다.

자갈치시장에서 먹은 회와 초장, 간장, 마늘, 고추 등이 놓인 식탁
자갈치시장에서 먹은 회 한 상. 소스와 마늘, 고추 등 곁들임이 함께 나왔다.

자갈치에서 회를 먹을 계획이라면 주문 전에 식사 총액을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방문자들이 나눈 시장 이용 경험에도 수산물 구매와 식당의 상차림·조리를 나누어 계산하는 방식이 나온다. 가게마다 주문 방식이 다르니 생선값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매운탕이나 추가 음식은 별도인지 물어보면 된다. 사진 속 내 상차림은 그날 받은 한 상의 기록이다.

오후 2시 무렵에는 남포동 쪽 거리를 걸었다. 비프광장의 둥근 아치 아래에는 파라솔을 펼친 노점이 있었고, 조금 더 안쪽 골목에는 작은 가게 간판과 전선이 촘촘했다. 실내 시장의 수조 사이를 걷다가 거리로 나오니 시선이 다시 위로 향했다. 해운대의 모래 조각과 달리 이곳의 볼거리는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았다. 아치를 지나며 좌우의 가게와 오가는 사람들을 차례로 보게 됐다.

남포동 비프광장의 둥근 아치와 길가 노점, 걷는 사람들
비프광장 일대. 둥근 아치 아래로 노점과 사람들이 이어졌다.
남포동 골목의 작은 가게와 간판, 머리 위로 이어진 전선
남포동의 한 골목. 가게 간판과 전선이 좁은 길 위에 겹쳤다.

송도 바다를 건너 암남공원으로

다음으로 닿은 곳은 송도 바닷가였다. 해안 길의 낮은 벽에는 색깔 조각으로 만든 그림이 이어지고, 흰 난간 너머로 노란색과 검은색 등대가 작게 보였다. 해운대에서는 발아래 모래가 시야를 채웠다면, 여기서는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두 해변은 같은 날의 맑은 하늘 아래 있었지만 사진에 남은 선과 색이 달랐다.

송도 해안길의 색색 모자이크 벽과 흰 난간 너머 노란색 등대
송도 바닷가로 옮겨 온 오후. 난간 너머로 작은 등대가 보였다.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암남공원 쪽으로 건넜다. 창밖에는 바다가 바로 아래에 놓였고, 맞은편에서 오는 객실과 해안의 숲이 한 화면에 들어왔다. 가까워지던 암남공원 쪽에는 케이블카 정류장과 주차장, 바다에 닿는 바위가 보였다. 송도에서 가장 큰 시점의 변화는 이 이동이었다. 조금 전까지 해안에서 올려다보던 케이블카 안에서 이제는 해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케이블카로 건너가는 동안에는 맞은편에서 오는 객실이 창밖을 지나갔다. 객실 아래로는 바다가 이어지고, 도착하는 쪽의 숲은 점점 가까워졌다. 육지에서 시작한 이동이지만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전망을 보는 시간이 됐다. 해운대에서 모래 작품의 작은 부분을 가까이 들여다본 오전과는 눈에 담는 범위가 크게 달랐다.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암남공원 쪽 숲, 맞은편 객실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본 암남공원 쪽 해안.

건너편 정류장 주변에는 소원을 적은 작은 패가 빽빽하게 달린 조형물과 넓은 광장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 나무가 많은 길로 들어가니 사진의 색도 달라졌다. 푸른 바다는 소나무 가지 사이에 조금씩 나타났고, 데크 길은 그늘과 햇빛을 번갈아 지났다. 케이블카에서 한눈에 보이던 해안이 숲길에서는 나무 사이로 잘려 보였다.

송도 케이블카 건너편 광장의 소원패 조형물과 소나무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본 소원패 조형물.
암남공원 소나무 숲 속 나무 데크 길과 걷는 방문객
암남공원 숲길. 소나무 사이로 햇빛과 바다가 보였다.

송도에서는 케이블카를 타는 시간과 도착한 뒤 걷는 시간을 따로 잡는 것이 좋겠다. 운영사 요금 안내에는 일반 객실과 바닥이 투명한 객실, 편도와 왕복 상품이 구분돼 있다. 내가 남긴 창밖 사진만으로 객실 종류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숲길을 보고 다시 같은 쪽으로 돌아오는 계획이라면 귀환 방식부터 정해 두는 것이 편하다. 정류장에 닿았다고 그 주변 산책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숲길 끝에서 본 용궁구름다리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가자 흰색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면 다리는 암남공원 쪽에서 바위섬으로 이어지고, 섬 가장자리에는 굽은 난간이 둘러져 있다. 사진 속 안내판에는 ‘송도용궁구름다리’라는 이름이 보인다. 부산시 관광 안내는 이 다리가 암남공원과 동섬을 연결한다고 설명한다.

암남공원에서 내려다본 송도용궁구름다리 입구와 바위섬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송도용궁구름다리.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흰 다리와 바위섬, 그 뒤의 배들이 한 장면에 들어왔다. 발밑의 숲길에서는 나무가 바다를 가렸는데, 이곳에서는 시야가 한꺼번에 열렸다. 다리 아래에는 검은 바위와 흰 물결이 있었고, 멀리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가 머물렀다. 다리 자체만 찍은 사진보다 주변 풍경이 함께 들어간 사진이 이날 송도의 모습을 더 잘 보여준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송도용궁구름다리와 바위섬, 바다 위 배
용궁구름다리와 동섬, 그 뒤로 떠 있는 배들.

돌아오는 케이블카에서는 방금 가까이 보았던 다리와 동섬이 작아졌다. 대신 맞은편 송도의 건물과 해안이 점점 커졌다. 오전 해운대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모래 작품을 보았고, 오후 송도에서는 바다 위로 올라가 지나온 길을 다시 봤다. 해운대, 자갈치, 남포동, 송도를 한날에 다녀온 기록이지만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장소의 개수보다 바다를 보던 높이가 바뀌던 순간이다.

돌아오는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본 바다 위 객실과 해안의 건물
돌아오는 케이블카에서 본 송도 해안. 바다 위 객실과 도시가 함께 보인다.

이날 기록은 해운대 → 자갈치시장 → 남포동 → 송도와 암남공원 순서로 이어진다. 장소가 여러 곳이라고 해서 이동까지 빠르게 끝나는 일정은 아니었다. 특히 자갈치시장과 남포동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면 식사와 골목 구경이 급해지고, 송도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면 케이블카만 타고 돌아오기 쉽다. 다시 부산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오전의 해변과 오후의 시장·송도 중 어디에 더 오래 머물지 먼저 고를 것 같다. 내 기록의 시각은 촬영 시점이며, 이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표준 소요 시간은 아니다.

이 글은 6월 4일의 사진과 동선을 바탕으로 썼다. 송도 케이블카와 용궁구름다리의 운영 정보는 방문 전에 부산시 관광 안내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해산물을 먹었던 우도 여행도 함께 남겨 두었다. 부산에서는 도시와 바다를 오갔고 우도에서는 해안과 언덕 사이를 움직였다.


여행·사진: 오늘물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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