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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행 SEA NOTE 02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바다 위에서 보낸 아침

하노이의 시장과 마사지숍을 지나 하롱베이 반일 크루즈에 올랐다. 배에서 식사하고 동굴과 나룻배를 거치며 마주한 바다를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하롱베이의 석회암 섬 사이에 정박한 크루즈와 잔잔한 바다

하노이에서의 시장 구경과 마사지, 하롱베이에서의 반일 크루즈는 같은 여행 안에서도 전혀 다른 시간으로 남았다. 도시에서는 가게와 거리 사이를 움직였고, 바다에서는 배가 움직이는 동안 섬과 물길을 바라봤다. 하롱베이에서는 배 위에서 식사하고 동굴에 들렀으며 나룻배도 탔다. 돌아와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유명한 섬의 이름보다, 큰 배에서 작은 배로 옮겨 가며 바위와 물이 가까워지던 장면이다.

하노이에서 걷고 쉬었던 시간

하노이에서는 이른바 짝퉁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을 구경했다. 그날의 시장은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보다 가게 사이를 걸으며 물건을 둘러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바다로 향하기 전까지는 건물과 진열대가 가까이 있었고, 눈길도 자꾸 바로 옆의 가게로 갔다. 한 장소에 오래 앉아 풍경을 보는 하롱베이의 시간과는 움직이는 방식부터 달랐다.

마사지숍에도 들렀다. 당시 지불한 금액은 한화로 약 1만 7천 원이었다. 짧은 여행의 지출은 돌아오면 잘 섞이는데 이 금액은 기억에 남는다. 이 금액은 당시 내가 지불한 비용으로, 지금 가게를 고를 때는 마사지 종류와 이용 시간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다음에 가게를 고른다면 코스와 시간, 추가 비용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비교할 것 같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이어졌다고 해서 도시 구경과 크루즈를 한 번에 급히 끝낸 일정은 아니었다. 내 기록에는 크루즈 전날 저녁의 물가와 다음 날 아침 풍경이 따로 남아 있다. 배를 타는 반일 일정과 그 앞뒤의 육상 이동은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여행 상품에 적힌 ‘반일’만 보고 하노이 출발부터 복귀까지 걸리는 시간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저녁의 윤곽, 아침의 물가

하롱베이에서 먼저 본 바다는 옅은 회색이었다. 멀리 있는 섬들이 겹쳐 보여 하나하나의 끝을 구분하기 어려웠고, 그 앞의 물길에는 작은 배가 떠 있었다. 사진 아래쪽의 배와 수평선 가까운 섬 사이에 넓은 물이 놓여 있다. 이런 풍경에서는 눈앞의 한 바위를 크게 보는 것보다, 섬들이 얼마나 멀리 이어지는지 천천히 보게 된다.

저녁 무렵 물길 너머로 겹쳐 보이는 하롱베이 섬들과 작은 배
전날 저녁, 멀리 섬이 겹쳐 보이던 물길.

다음 날 아침에는 가까운 도시가 먼저 보였다. 건물의 지붕과 나무, 바다 쪽으로 난 길이 앞에 있고 섬들은 그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하늘에는 흐린 분홍빛이 남아 있었다. 유명한 풍경을 보러 왔어도 실제로 배에 오르기까지는 이런 시가지와 물가를 지나게 된다. 전날의 먼 윤곽과 아침의 가까운 건물을 나란히 놓으니 하롱베이가 관광 사진 속 바다보다 넓게 기억된다.

이른 아침 하롱베이 시내 건물과 물가, 그 너머의 섬들
이른 아침, 가까운 물가 너머로 다시 보인 섬들.

흐린 수평선만 보고 그날 바다 전체의 색을 미리 정해 버릴 필요는 없었다. 아침 이후에 남긴 장면에서는 하늘이 더 밝아졌고 물빛도 녹색과 푸른색 사이로 바뀐다. 같은 장소에서도 시간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전날 저녁 사진 한 장보다, 출항 전과 바다에 나간 뒤의 장면을 함께 보는 쪽이 내가 다녀온 하롱베이에 가깝다.

반일 크루즈에 오르다

선착장에는 흰 유람선들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배 옆의 창문과 난간, 빨간 깃발이 가까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배들이지만 실제로 승선할 때는 내가 탈 배와 돌아올 장소를 구분해야 한다. 여러 배가 함께 있는 부두의 모습을 보니, 예약할 때 확인한 이름과 현장의 안내를 연결하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해 보였다.

하롱베이 선착장에 줄지어 정박한 흰색 유람선들
선착장에서 본 배들. 바다에 나가기 전 풍경도 꽤 오래 남는다.

이번에 탄 것은 반일 크루즈였다. 배를 타고 섬 사이를 지나며 식사와 동굴 방문, 나룻배 체험을 같은 반나절에 이어 갔다. 객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과는 시간 배분이 다르다. 큰 배로 보는 전경과 작은 배로 다가가는 바위가 한 일정 안에 있어, 처음 만나는 하롱베이가 여러 장면으로 남았다.

선실에는 나무로 마감된 벽과 천장,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열린 문밖으로는 아직 선착장의 배들이 보였다. 유리창과 문이 한쪽 벽을 크게 차지해 안에 앉아서도 바깥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화려한 장식보다 창을 통해 물가가 가까이 들어오는 모습이 이 배의 첫인상으로 남았다.

창과 열린 문으로 선착장이 보이는 목재 마감 크루즈 실내
배 안에서는 창밖의 선착장이 천천히 멀어졌다.

식사는 배에서 했다. 따로 식당을 찾으러 육지로 돌아가지 않고 크루즈 중간에 한 끼를 먹었다는 점이 편했다. 바깥을 보다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다시 배 밖의 풍경을 보는 흐름이 이어졌다.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보다 식사 장소가 이 여행을 더 잘 설명해 준다. 배 위의 한 끼를 포함하는지 여부는 예약할 때 가격과 함께 확인할 항목이기도 하다.

섬 사이로 열리는 물길

출항한 뒤에는 섬들이 조금씩 따로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검은 윤곽 하나처럼 겹쳐 있던 바위들이 배가 움직이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졌다. 가운데로 물길이 생기고, 뒤에 가려져 있던 작은 봉우리도 드러났다. 내 눈앞의 풍경이 바뀌는 데 필요한 것은 멀리 걷는 일이 아니라 배가 조금 더 나아가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구름 낀 하늘 아래 하롱베이 석회암 섬 사이로 열린 물길
배가 움직일 때마다 섬과 섬 사이의 간격이 달라 보였다.

가까워진 절벽은 물과 맞닿는 아랫부분이 짙고, 위쪽에는 돌 틈을 따라 초록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세로로 이어지는 굴곡이 보인다. 멀리서 볼 때는 둥근 봉우리의 모양이 먼저 남았는데, 가까이에서는 물가 바로 위로 솟은 벽의 높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작은 배와 절벽이 한 화면에 들어오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배 가까이 솟은 하롱베이 석회암 절벽과 멀리 보이는 섬들
멀리서는 윤곽이었던 바위가 가까이서는 벽처럼 보였다.

하롱베이는 이런 석회암 섬과 동굴을 배로 둘러보는 곳이다. 베트남 관광청의 하롱베이 소개에도 반일·하루 크루즈와 여러 동굴 방문 방식이 소개돼 있다. 다만 이름이 같은 ‘하롱베이 크루즈’라도 방문하는 지점과 배에서 보내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내 사진의 바위 모양만 보고 다른 상품의 일정과 같은 코스라고 판단하기보다, 출발 부두와 방문지를 예약 내용에서 따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동굴과 나룻배에서 가까워진 바다

일정 중에는 동굴에 들렀고 나룻배도 탔다. 큰 배에서 섬들을 넓게 바라본 것과 작은 배에서 바위 곁을 지나는 일은 거리감이 달랐다. 나룻배에서는 수면이 더 가까운 자리에 놓인다. 물 밖으로 드러난 바위의 아랫부분과 작은 틈이 눈에 들어와, 섬 전체를 보던 때와는 다른 부분을 보게 됐다.

바위 아래로 뚫린 틈 너머에 또 다른 물길이 보이는 장면이 특히 남는다. 옅은 돌의 표면에는 어두운 세로 무늬가 있고, 꼭대기에는 풀과 나무가 이어져 있다. 바위의 끝이라고 생각한 자리에 통로가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 멀리 펼쳐진 전경을 보는 크루즈와 바위 가까이 다가가는 작은 배를 함께 경험한 덕분에, 반일 여행의 장면이 모두 같은 풍경으로 뭉개지지는 않았다.

하롱베이 바위 아래 아치형 틈과 그 너머로 보이는 물길
바위 아래의 틈으로 또 다른 물길이 보였다.

동굴과 나룻배를 일정에 넣는다면 큰 배를 타는 시간 외에 옮겨 타고 오르내리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두 활동을 모두 했지만, 모든 상품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거나 별도 비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출발 전에 방문 동굴, 작은 배 이용 포함 여부, 배에서의 식사, 육상 픽업을 각각 확인해 두면 ‘크루즈 포함’이라는 짧은 설명보다 실제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

다음에 고른다면 더 오래 보고 싶은 곳

다시 간다면 섬의 숫자를 더 세기보다 바위 가까이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두고 싶다. 큰 배가 편하게 넓은 풍경을 보여 줬다면, 작은 배에서는 물과 돌이 만나는 자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게 두 경험은 같은 관광지를 두 번 보는 일이 아니었다. 하롱베이라는 장소를 서로 다른 거리에서 만나는 방법이었다.

하노이의 시장과 마사지숍, 하롱베이의 선착장과 배 위 식사는 모두 실제로 보낸 시간이다. 그중 어느 하나만 크게 부풀리기보다 도시에서 쉬고, 물가에 도착하고, 바다로 나간 순서로 남겨 두고 싶다. 반나절 동안의 배 여행은 끝났지만 섬 사이로 길이 열리던 장면은 아직 또렷하다.

배 여행을 다른 방식으로 보낸 푸켓 파통의 오후도 기록해 두었다. 그날은 작은 배에서 내려 식사와 거리 산책을 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여행·사진: 오늘물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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