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코스타 세레나를 타고 일본 사세보에 도착했다. 창밖에는 낮은 초록 언덕과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배가 항구에 닿으면 곧장 시내를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풍경만이 아니다. 하선 수속을 기다리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렸고, 시내로 가는 수상버스 앞에서도 한참을 기다렸다. 짧은 기항 시간에 두 번의 대기가 겹치니 사세보에서 보내는 하루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배에서 본 아침, 그리고 길어진 하선
아침에 본 사세보 앞바다는 조용했다. 작은 배 하나가 물 위를 지나가고, 맞은편에는 나무가 덮인 언덕이 낮게 이어졌다. 회색 구름이 걷히지 않아 물과 하늘의 색도 비슷했다. 크루즈가 낯선 항구에 들어올 때면 먼저 건물이나 표지판을 찾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섬처럼 이어지는 해안선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배 위에서 바라볼 때는 그저 천천히 걷기 좋은 도시일 것 같았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는 과정은 느긋하지 않았다. 하선 수속 대기만 한 시간을 넘겼다. 크루즈가 도착한 시각과 내가 실제로 항구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 시각은 달랐다. 기다리는 동안 바깥에 나가면 어디부터 걸을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멀리 가겠다는 마음은 줄었다. 기항지에서는 배가 머무는 시간 전체가 관광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때 실감했다.
아침 바다 사진은 오전 8시 44분에 찍혔다. 그런데 수상버스 시간표를 찍은 사진은 오전 11시 40분이다. 두 사진 사이를 모두 줄에서 보낸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항구를 실제로 건너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크루즈에서 보이는 육지는 가까워도, 그곳에 발을 딛기까지는 별도의 절차가 있었다. 다음 기항지에 간다면 배 도착 시각만 보고 일정을 짜지는 않을 것 같다.
수상버스 앞에서 또 기다리다
항구에는 ‘6/22 COSTA SERENA’라고 적힌 무료 수상버스 안내판이 있었다. 사세보 크루즈 센터와 쇼핑몰·역 쪽을 오가는 배의 시각이 적혀 있었다. 안내판에 따르면 편도 이동은 약 20분, 쇼핑몰·역 쪽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복귀편은 오후 5시였다. 이것은 우리가 방문한 6월 22일의 안내다. 다른 날짜의 운항이나 크루즈 복귀 마감 시각까지 같다는 뜻은 아니다.
안내판 아래에는 승객이 많아 배가 가득 차면 표시된 시각보다 일찍 떠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돌아오는 배가 한 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표의 숫자만 믿고 막판에 선착장에 도착하기는 불안했다. 특히 배를 타는 데 걸리는 약 20분에는 승선을 기다린 시간이 들어 있지 않다. 이날처럼 하선부터 오래 걸린 경우라면 시내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할 때 두 대기를 따로 생각해야 한다.

수상버스를 타면 이동 자체는 간단해 보였지만, 승선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힘들었다. 이미 하선 수속에서 한 시간을 넘게 보낸 뒤여서 대기가 더 길게 느껴졌다. 다음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시내에 가서 무엇을 더 볼까’보다 ‘돌아올 시간은 충분할까’가 자꾸 먼저 떠올랐다. 이날 사세보 여행은 관광지를 몇 곳 들르느냐보다, 대기와 이동 사이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가까웠다.
무료 수상버스로 항구와 시내 쪽을 오갈 수 있었던 것은 편했다. 다만 이 편의는 줄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 주지는 않았다. 하선 수속에서 이미 지친 상태였으니 두 번째 대기가 더 힘들게 느껴졌다. 다시 같은 방식으로 기항한다면 시내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식사와 가까운 산책 정도로 먼저 정해 둘 것 같다. 기다림이 짧으면 더 돌아보고, 길어지면 계획을 줄일 수 있는 편이 마음도 편하겠다.

수상버스에서 본 해안과 코스타 세레나
수상버스에 오르자 큰 배에서는 놓쳤던 해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루즈에서는 항구 전체가 한꺼번에 보였는데, 작은 배에서는 해안이 훨씬 가까웠다. 숲이 우거진 언덕 아래의 집, 물가에 놓인 방파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구조물이 차례로 지나갔다. 아침에 배에서 보았던 초록 언덕이 실제로 사람이 사는 거리와 이어져 있다는 걸 이때 알았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코스타 세레나는 물가의 낮은 건물들과 크기부터 달랐다. 둥글게 겹친 여러 층의 갑판이 하늘 쪽으로 이어지고, 아래에서는 선수 전체를 한눈에 넣기 어려웠다. 안에 있을 때는 객실과 복도를 따로 기억했는데, 밖에서 보니 그 공간들이 한 척에 모여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바다를 건너온 배를 육지 가까이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도 크루즈 기항일에만 남길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항구의 글자, 그리고 빅맨의 버거
시내 쪽 항구에 닿으니 흰 ‘SASEBO’ 글자와 빨간 ‘LOVE Sasebo’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빨간 글자 뒤에는 바다와 건물,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함께 들어왔다. 하선과 수상버스를 거쳐 왔으니 이 풍경이 더 반가웠다. 사세보에 와서 처음으로 시간표나 줄이 아니라 눈앞의 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흰 글자 앞에서 찍은 사진에는 붉은 벽돌 바닥과 건너편 물가까지 함께 담겼다. 배에서 보았던 넓은 해안이, 이곳에서는 걸어서 지날 수 있는 항구가 되어 있었다.

시내에서 찾은 수제버거집의 이름은 빅맨(BigMan)이었다. 가게 앞에는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차양이 걸려 있고, 커다란 버거 캐릭터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외관 사진을 찍고, 바로 옆에 붙은 메뉴판도 따로 찍었다. 메뉴판에는 사세보 버거를 비롯한 여러 버거와 샌드위치, 음료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기다림 끝에 시내에 와서 먹을 곳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아침부터 쫓기던 흐름이 잠시 끊겼다.


테이블에는 종이에 싸인 수제버거와 감자튀김, 음료가 놓였다. 버거를 먹는 자리는 항구에서 줄을 서 있던 때와 확실히 달랐다. 이제는 다음 배를 기다리는 대신 내 앞에 놓인 한 끼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종이를 접어 잡아야 하는 버거와 옆 그릇의 감자튀김은 거창한 식사는 아니어도, 짧은 시내 일정 중 직접 골라 먹은 점심으로 남았다.
가게 앞에 서 있던 시각은 오후 1시 17분, 식탁의 버거를 찍은 시각은 1시 43분이었다. 그 사이에는 메뉴를 보고 주문하고 앉는 시간이 함께 들어 있으므로, 이 차이를 그대로 조리 대기 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짧은 기항에서 식사 시간을 잡을 때도 음식이 나오는 시간만 계산하면 빠지는 구간이 생긴다. 가게를 찾고 고르는 시간까지 생각해 두는 편이 실제 일정에 가깝다.

빅맨을 찾아갈 때는 가게 이름과 함께 지점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빅맨 공식 매장 안내에는 여러 지점이 소개돼 있다. 내 사진 속 빨간 줄무늬 차양만 보고 현재 위치를 짐작하기보다, 항구에서 움직일 범위 안에 있는 매장인지 먼저 보는 편이 낫다. 메뉴판 사진은 방문 당시의 기록으로 남기고, 지금의 영업시간과 메뉴는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버거를 먹고 걸은 아케이드
식사를 마친 뒤에는 지붕이 길게 이어진 아케이드 상점가를 걸었다. 입구에서는 곡선형 지붕이 안쪽으로 뻗어 있고, 그 아래로 가게 간판과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다가 지붕 아래로 들어서자 시선이 달라졌다. 넓은 수면 대신 가까운 진열창과 보행자,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걷게 됐다. 짧은 기항이라 골목마다 들르지는 못했지만, 항구만 보고 돌아갔다면 놓쳤을 사세보의 일상적인 얼굴이었다.


아케이드에 들어선 때는 오후 2시를 조금 넘겼다. 높은 지붕 덕분에 길의 방향이 분명했고, 양쪽 가게를 보며 걷다 보면 항구 광장과는 다른 시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떨어진 명소를 하나 더 넣는 대신 식사를 마친 동네를 걸어 본 선택이 이 날의 빠듯한 시간에는 잘 맞았다. 사세보를 전부 봤다는 만족보다, 기다림 끝에 얻은 오후를 내 속도로 보냈다는 쪽에 가깝다.
다시 항구로, 남은 시간의 무게
돌아올 때가 되니 아침부터 지나온 순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배에서 내려 수속을 기다리고, 수상버스를 기다리고, 물길을 건너 항구에 도착한 뒤 버거를 먹고 아케이드를 걸었다. 사진에는 조용한 바다와 상점가가 남았지만, 실제 하루는 그 사이의 대기에 크게 좌우됐다. 오후의 항구는 구름 아래 더 어두워졌고, 시내 건너편 풍경도 아침과 달리 멀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물가의 작은 배와 주황색 지붕 너머로 낮은 산이 보였다. 하루의 끝에 바라본 사세보는 처음 보았던 조용한 해안선과 닮아 있었다. 크루즈 기항일에 시내를 계획한다면 하선 수속과 수상버스 대기를 일정에 넣어 두는 편이 좋겠다. 우리처럼 두 곳에서 오래 기다릴 수도 있으니, 돌아오는 수상버스 시각과 크루즈 승선 마감은 각각 그날의 안내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에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수상버스를 타고 건넌 물길과 시내에서 먹은 수제버거 덕분에 사세보가 단순한 기항지 이름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비슷한 기항 여행이지만 나하에서 박물관과 버거집을 들렀던 하루는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중심이었다. 함께 보면 짧은 기항일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행·사진: 오늘물때 운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