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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다 여행 SEA NOTE 06

1월의 오키나와 나하, 항구에서 박물관과 수제버거집까지

1월 13일 크루즈로 나하에 도착해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을 둘러보고, 도심에서 수제버거를 먹은 뒤 밤바다를 바라본 하루.

회색 구름 아래 나하항의 부두와 바다

1월 13일, 크루즈가 오키나와 나하에 머문 날이다. 이른 아침에는 배 안에서 식사를 했고, 오전에는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을 둘러봤다. 점심은 나하 시내의 작은 수제버거 가게에서 먹었다. 밤에 다시 갑판에서 바라본 해안까지, 하루 안에서 항구와 도시의 표정이 여러 번 바뀌었다.

오키나와라고 하면 먼저 푸른 바다를 떠올리지만, 이날 아침 나하항 위에는 구름이 넓게 깔려 있었다. 오히려 그래서 이 여행을 더 정확히 기억한다. 날씨를 기대한 모습으로 바꾸어 떠올리기보다, 배에서 내렸을 때 실제로 보였던 항구와 박물관의 마당, 점심 식탁을 순서대로 적어 보려 한다.

배에서 아침을 먹고 나하항을 바라보다

오전 8시 무렵 아침 식탁에는 국물이 있는 면, 찐빵, 달걀 요리와 과일이 놓여 있었다. 여행지에 내리기 전에 배 안에서 먼저 식사를 했다. 여러 접시를 한꺼번에 가져다 놓으니 식탁은 금세 가득 찼다. 잠깐 앉아 아침을 먹고 나서야 오키나와에서의 하루가 시작됐다.

배에서 먹은 면과 찐빵, 과일이 놓인 아침 식탁

식사를 마치고 갑판에 올라가니, 바다 건너로 먼저 보인 것은 야자수 해변이 아니라 항만 시설이었다. 난간 아래 수면이 있고, 부두에는 길쭉한 창고 지붕과 차량이 보였다. 멀리 도시 건물도 이어졌지만 회색 구름이 많아 윤곽이 또렷하지는 않았다. 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는 넓었고, 발을 딛고 걸을 곳은 아직 그 아래에 있었다.

크루즈 갑판 난간 너머로 보이는 나하항과 흐린 하늘

오전 9시 5분쯤 바라본 나하의 첫 풍경을 '맑은 오키나와 바다'라고 부를 수는 없겠다. 대신 항구의 일하는 모습과 낮은 구름이 함께 있는 아침이었다. 배에서 내려 시내 쪽으로 움직이기 전, 한동안 이 풍경을 내려다봤다.

박물관 바깥에서 만난 나무와 오래된 집의 모습

오전 10시 20분쯤에는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 일대에 도착했다. 정원에는 잎이 큰 바나나 나무와 열매가 달린 송이가 있었다. 배 위의 회색 항구를 보고 한 시간여 뒤에 이런 초록을 만난 것이 재미있었다. 같은 나하 안에서 움직였는데도 시선이 수면과 창고에서 식물과 낮은 지붕으로 바뀌었다.

박물관 바깥 정원의 바나나 나무와 열매

박물관 바깥에는 붉은 기와를 올린 목조 집과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었다. 건물 입구를 서둘러 찾는 대신 그 주변을 먼저 걸었다. 나무가 집 앞을 넓게 가리고 있어 붉은 기와보다 목재 벽과 초록 잎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강한 햇빛은 없었지만, 흐린 하늘 아래의 나무와 집은 차분하게 보였다.

박물관 바깥의 목조 가옥과 붉은 기와, 큰 나무

안쪽에는 흰색으로 마감된 조리 공간과 그릇, 나무로 만든 직기, 다다미가 깔린 방이 이어졌다. 각각의 물건을 한 장씩 찍어 둔 덕분에 그저 '전통 가옥을 봤다'는 말보다 구체적인 장면이 남았다. 벽에 붙은 물건을 보기보다 공간의 배치를 따라 걷게 됐고, 생활하던 방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던 공간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눈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 가옥 안의 흰색 조리 공간과 그릇

전통 가옥 안에 놓인 목재 직기

다다미 방은 문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이어졌다. 낮은 목재 천장, 미닫이문, 바닥의 자리 배치가 한꺼번에 보였다. 오키나와에서 보내는 오전이 이런 실내와 전시물로 채워질 줄은 몰랐다. 바깥 풍경이 좋지 않아서 시간을 때웠다기보다, 눈앞에 놓인 생활의 흔적이 생각보다 오래 시선을 붙잡았다.

목재 천장과 미닫이문이 있는 다다미 방

마당으로 다시 나오면 낮은 지붕과 작은 정원, 옆의 현대적인 건물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 둘이 붙어 있다는 점도 이곳의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오래된 집의 형태를 보고 몇 걸음만 옮기면 큰 박물관 건물로 이어진다. 바깥 공간을 둘러본 다음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키나와현립박물관 야외 정원의 낮은 지붕과 식물

오키나와현립박물관 안에서 천천히 본 것들

건물 벽에는 'Okinawa Prefectural Museum & Art Museum'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함께 있는 곳이지만, 이날은 박물관 전시에 시간을 썼다. 입구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키나와현립박물관 미술관 입구의 건물 이름

안에서는 자연에 관한 전시와 배 모형, 석조물, 악기까지 서로 다른 물건을 차례로 봤다. 동물 뼈 모형 위로 지형을 보여 주는 화면이 펼쳐진 공간에서는 섬을 이루는 땅과 그 안의 생물을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화면 아래로 뼈가 놓인 구성이어서, 바깥에서 막 보고 온 식물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박물관의 동물 뼈 전시와 지형 영상

이어서 작은 배 모형 앞에 섰다. 돛과 선체를 따라 눈을 옮기다 보니 항구에서 하루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다시 연결됐다. 바다를 건너온 사람에게는 배의 형태를 보는 시간이 그날의 이동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짙은 색의 돛과 붉은 선체가 조명 아래 또렷했다. 작은 모형인데도 갑판과 돛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됐다.

박물관 전시실의 돛을 단 배 모형

돌에 정교한 문양을 새긴 큰 전시물 앞에서도 발길이 멈췄다. 가까이 보면 위쪽의 둥근 문양과 아래쪽의 인물·식물 무늬가 다르다. 돌의 앞면을 채운 세부가 워낙 많아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표면의 굴곡과 무늬를 따라 눈을 옮기며 잠시 머물렀다.

오키나와현립박물관의 무늬가 새겨진 석조 전시물

또 다른 구역에는 나무와 식물을 실내에 옮긴 듯한 전시가 있었다. 항구에서 시작한 오전이 전통 가옥과 자연 전시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오키나와를 한 번에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바깥에서 실제로 본 초록과 전시실에서 본 자료가 서로 멀지 않게 느껴진 것은 분명하다.

나무와 식물을 전시한 박물관 실내 공간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삼선(三線) 진열장이다. 길쭉한 목과 둥근 몸통을 가진 악기들이 나란히 놓여 있고, 뒤에는 구조와 종류를 설명하는 패널이 붙어 있다. 하나를 흘끗 보고 지나가기보다 모양이 조금씩 다른 여러 악기를 비교하며 봤다. 뒤이어 목조 실내 전시까지 둘러보니 오전 11시를 조금 넘겼다. 야외 공간에 들어선 때부터 한 시간가량 박물관 안팎을 걸은 셈이다.

여러 종류의 오키나와 삼선이 놓인 전시

박물관 안의 목재 실내 생활 공간 전시

나하 시내로 옮겨 먹은 점심

정오 무렵 박물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아침보다 하늘이 조금 밝았다. 큰 건물 앞 도로와 나무 위로, 구름 사이의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항구에서 박물관으로, 다시 시내로 이동한 사이에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낮 12시 30분 무렵에는 나하 중심가의 건물과 가로수를 지나고 있었다.

박물관 밖 큰 건물과 나무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

나하 중심가 길가의 큰 건물과 가로수

점심 장소는 입구에 'ZOOTON'S HAMBURGER'라고 적힌 가게였다. 나무문에는 작은 장식과 스티커가 붙어 있고, 옆 창에도 안내문이 빼곡했다. 밖에서부터 가게의 개성이 뚜렷했다. 가게 앞에 선 때가 12시 41분, 버거가 식탁에 나온 때가 12시 59분이었다. 유리창의 영업시간 안내는 방문 당시의 것이니 지금 찾는다면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나하 수제버거 가게 Zootons의 나무문과 입구

실내 한쪽 벽에는 서핑보드와 포스터, 작은 소품이 촘촘히 걸려 있었다. 가게 안쪽도 색색의 소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박물관에서 보던 정돈된 진열장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나하에서 먹은 한 끼를 떠올릴 때 버거뿐 아니라 이 벽면도 같이 생각나는 이유다.

포스터와 장식이 가득한 Zootons의 실내

테이블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버거 두 접시가 놓였다. 한쪽은 두툼한 베이컨과 달걀, 치즈가 빵 밖으로 보이고, 다른 쪽은 토마토와 양파, 녹색 채소가 치즈 위에 올라 있었다. 감자튀김과 차가운 음료도 곁에 놓였다. 접시 가장자리에 소스로 그린 웃는 얼굴까지 있었다. 버거는 빵보다 속재료가 먼저 눈에 들어올 만큼 높았다.

베이컨과 달걀 치즈가 보이는 버거와 감자튀김

치즈 토마토 양파가 보이는 버거와 감자튀김

다시 배 위에서 본 밤의 해안

저녁에는 다시 배의 갑판에 섰다. 오후 8시 18분 무렵의 바다는 어두웠고, 도시의 불빛만 길게 이어졌다. 아침에는 흐린 하늘 아래 부두와 창고를 내려다봤는데, 밤에는 난간의 조명 뒤로 해안의 불빛이 선처럼 보였다.

밤의 크루즈 갑판과 멀리 이어진 나하 해안 불빛

나하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면 화려한 해변보다 아침과 밤의 항구 사이에 있었던 장면들이 먼저 나온다. 박물관 바깥의 바나나 나무와 목조 집, 전시실의 배 모형과 삼선, 점심 식탁에 놓인 두 접시의 버거. 짧은 기항일이라 한 지역을 깊게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항구에서 박물관과 점심 식탁을 거쳐 다시 배로 돌아온 하루의 순서는 선명하다. 오키나와의 바다는 아침과 밤에 만났고, 그 사이의 나하는 생각보다 다양한 실내 풍경과 한 끼의 식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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