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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행 SEA NOTE 07

태안 학암포와 신두리, 두 번의 저녁 바다

7월, 학암포의 두 저녁과 바위 곁의 오전, 신두리 해안사구의 오후를 사진 순서대로 걸었다.

나무 계단에서 바라본 학암포 해변의 해 질 무렵

7월 23일과 24일, 태안에서 보낸 시간을 사진 순서대로 다시 따라가 봤다. 첫날에는 학암포 바다 앞에서 저녁을 기다렸고, 다음 날에는 바위 곁의 얕은 물과 신두리 해안사구를 걸은 뒤 다시 학암포로 돌아왔다. 이틀 모두 마지막 장면은 같은 해변이었지만, 하늘과 물가의 표정은 꽤 달랐다.

첫날 오후, 바다에 가기 전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카메라에 먼저 남은 것은 풍경이 아니라 해산물이었다. 손에 든 소라의 껍데기 안쪽은 주황빛이 진했고, 검은 뚜껑처럼 보이는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어 냄비에 나란히 담긴 소라와 포장 용기에 담긴 새우를 찍었다. 소라의 거친 겉면과 매끈한 안쪽, 용기 속 새우의 붉은색을 번갈아 보니 바다에 온 오후가 떠오른다. 식탁보다 준비하는 순간이 더 자세히 남아 있는 것도 여행 사진답다.

손에 든 소라 껍데기의 주황빛 안쪽

냄비에 담아 놓은 소라 여러 개

포장 용기에 담긴 새우

해변 사진은 저녁 일곱 시가 지나서 시작된다. 학암포에 도착했을 때 나무로 된 길이 모래 위를 가로질렀고, 낮은 해가 그 길 끝의 물가를 비추고 있었다. 바다 쪽에는 나무가 모여 있는 작은 섬이 보였다. 멀리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윤곽이라, 이후 찍은 사진에서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

학암포 해변 나무길 너머로 지는 해

조금 뒤에는 해가 수평선 가까이 내려앉았다. 물이 얕게 남은 모래 위에 구름 색이 번지면서 바닷물과 모래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같은 자리에서 몇 걸음 옮겨 찍은 사진들이지만 화면 속 하늘은 노란빛에서 분홍빛으로 빠르게 바뀐다. 저녁 해변을 오래 걷는 일은 거창한 일정이 아니다. 그래도 발밑의 젖은 모래와 멀리 선 섬을 번갈아 보는 동안에는 다른 목적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빛 아래 넓게 펼쳐진 학암포의 젖은 모래

분홍빛 구름이 비친 학암포 모래사장

해가 거의 넘어간 뒤에는 구름의 색이 더 짙어졌다. 해변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섬을 정면에 두고 보던 때와 달리, 긴 해안선과 물에 비친 하늘이 함께 들어왔다. 첫날의 학암포는 해 자체보다 해가 사라진 뒤 남은 빛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분홍빛 노을과 길게 이어진 학암포 해안선

둘째 날 오전, 바위와 얕은 물

다음 날 오전 열한 시 반 무렵 다시 해안 쪽 사진을 찍었다. 큰 바위들 사이에 물이 고여 있었고, 맑은 수면 아래로 자잘한 돌과 어두운 해조류가 보였다. 전날 저녁의 넓은 모래사장과는 시선이 완전히 달랐다. 바다를 멀리서 보면 색과 수평선이 먼저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발치의 작은 물웅덩이를 들여다보게 됐다.

해안 바위 사이 맑은 물웅덩이와 해조류

바위 위에는 소나무가 서 있었다. 물가와 나무가 맞닿은 풍경을 지나 모래 쪽으로 눈을 돌리자, 얕게 물이 남은 곳에 새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 선 모습을 멀리서 한 장 남겼다. 사람이나 구조물이 거의 없는 화면이라 오전의 해변이 더 넓어 보인다.

태안 해안 바위 위의 소나무

얕은 물이 남은 모래사장의 새 한 마리

오후에는 신두리 해안사구로

오후 네 시 40분을 넘겨 찍힌 사진의 배경은 신두리 해안사구다. 입구 쪽에는 관람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와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구름이 드문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풀이 길 양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보던 학암포의 바위와 모래사장을 떠올리면, 같은 태안의 바닷가라는 것이 재미있을 만큼 다른 모습이다.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의 관람길과 파란 하늘

길을 따라가니 풀 사이로 밝은 모래 언덕이 드러났다. 모래가 한 덩어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낮은 풀과 섞여 이어졌다. 사진에서는 사구의 높이보다 바람이 닿는 넓은 지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다만 바라보던 여행에서 잠시 방향을 바꾸어, 해안 뒤쪽의 땅을 걷는 시간이었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모래 언덕과 낮은 풀

이곳에는 밧줄로 구분한 길과 나무 데크가 있다. 실제로 찍은 안내 표지에도 정해진 길을 따라 관람하라는 내용이 보여서, 걷는 동안 길 밖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목재 길을 지나면 모래와 초록 식생이 번갈아 나타나고,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멀리 바다도 보인다. 한여름 오후라 햇빛이 강하게 찍혔지만, 하늘이 넓게 열린 풍경을 보기에는 좋은 시간이었다.

풀 사이로 이어지는 신두리 해안사구 나무 데크

풀과 모래 언덕 너머로 보이는 바다

곧게 이어지는 데크를 찍은 사진은 오후 다섯 시 무렵이다. 길 양쪽에 풀이 낮게 자라고 있어서 끝을 향해 걷는 방향이 뚜렷했다. 여행지를 돌아본 뒤 기억에 남는 것이 꼭 전망대나 유명한 표지판은 아니다. 신두리에서는 이 단순한 길의 모양이 가장 또렷하게 남았다.

신두리 해안사구 초지 사이의 곧은 데크 길

다시 학암포, 또 다른 저녁

저녁에는 학암포 쪽으로 돌아왔다. 일곱 시가 조금 넘었을 때는 건물 위로 작은 구름들이 퍼져 있었고, 해변에 내려서니 전날 보았던 섬이 다시 나타났다. 나무 계단 아래로 넓은 모래와 얕은 물이 이어졌다. 첫날에는 해가 진 뒤의 분홍빛 하늘을 오래 봤다면, 둘째 날에는 해가 아직 낮게 떠 있는 동안 물가에 도착했다.

둘째 날 저녁 학암포 인근의 구름 낀 하늘

계단에서 내려다본 바다에는 몇 사람이 떨어져 서 있었다. 사람이 작게 보일 만큼 해변은 넓었고, 섬 주위로는 다른 작은 바위들도 보였다. 조금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해변의 굽은 선과 바다 쪽으로 뻗은 나무들이 함께 들어온다. 같은 장소에 다시 왔어도 걷는 방향에 따라 화면은 달라졌다.

학암포 해변의 굽은 해안선과 바다

해가 더 내려가자 구름의 밝은 가장자리와 어두워지는 바다가 한 화면에 남았다. 전날 저녁의 젖은 모래는 하늘색을 비추었고, 이날은 파도가 닿는 선과 저녁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사진에는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작은 실루엣이 담겼다.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특별한 장면을 찾기보다, 그 자리에 있는 저녁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구름 사이 노을과 학암포 앞 작은 섬

노을 지는 학암포 해변의 사람들 실루엣

다녀와서 남긴 메모

이번 기록의 동선은 7월 23일 오후 학암포 인근 → 학암포 해변의 저녁 → 24일 오전 학암포 해안 → 오후 신두리 해안사구 → 저녁 학암포 해변이다. 사진에 찍힌 시각을 기준으로 정리한 순서라 중간에 들른 곳이나 이동 수단은 적지 않았다. 두 곳을 같은 날 묶는다면 낮에는 사구의 지정된 길을 걷고, 저녁에는 해변에서 하늘빛이 바뀌는 시간을 여유 있게 남겨 두는 편이 좋겠다. 물가 모습과 걷기 좋은 시간은 날씨와 조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하는 날의 상황은 따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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