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행오늘물때 저널
바다 여행 SEA NOTE 22

산방산에서 형제섬을 지나 서귀포의 밤까지, 제주 남쪽 바다의 하루

7월 말 제주 남서쪽에서 산방산과 형제섬을 바라보고, 사계포구와 형제해안로의 바위를 걸은 뒤 논짓물 부근 노을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 이어진 하루.

바다에서 돌아본 산방산과 넓은 푸른 물결

7월 말 제주에서 보낸 하루는 바다를 보는 거리가 계속 달라진 날이었다. 점심에는 식탁 위의 고기와 국수에 집중했고, 얼마 뒤에는 산방산이 하늘을 거의 가리는 자리로 옮겨 갔다. 바다에 나갔을 때는 그 큰 산이 수평선 위의 한 덩어리로 작아졌고, 오후 늦게 사계리 해안에 돌아와서는 발밑의 돌 하나를 한참 들여다봤다. 해가 낮아질 무렵에는 예래동의 검은 바위 위로 빛이 번졌고, 저녁에는 서귀포 시장의 간판과 철판 불빛이 하루의 마지막 풍경이 됐다. 같은 날 찍은 사진인데도 장소마다 눈이 맞추는 초점이 달랐다.

그날의 동선은 제주 남서쪽에서 시작해 서귀포 시내로 끝났다. 사진을 다시 펼쳐 보면 이동의 이유가 관광지 이름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산방산을 정면에서 보고 싶어 해안으로 갔다가, 바다 쪽에서 다시 산을 바라보니 육지에서 보던 모양이 달라졌다. 사계포구에서는 빨간 등대가 먼저 눈에 띄었지만, 오래 머물게 한 것은 포구 옆 바위에 패인 자국들이었다. 저녁의 논짓물 부근에서는 파도보다 낮은 햇빛이, 올레시장에서는 진열된 음식보다 그것을 만드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지나가면 각각 따로일 장소들이 하루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늦은 아침의 식탁에서 바다 쪽으로

바다를 보기 전 먼저 식탁에 앉았다. 밥 위에 구운 고기가 넉넉히 올라간 나무 그릇, 반쪽 달걀과 새우, 상추와 작은 반찬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일행 앞에는 비슷한 그릇이 놓였고, 옆에는 가느다란 면이 담긴 국물 그릇도 보였다. 사진에는 손이 막 움직이려는 순간이 남아 있다. 여행 중의 식사는 때로 다음 장소를 위한 짧은 쉼표가 되는데, 이날은 음식이 푸짐해 그 쉼표가 조금 길어졌다. 오후 내내 바닷바람을 맞을 것을 생각하면 든든한 출발이었다.

밥 위에 올린 구운 고기와 상추, 반찬이 놓인 식탁
구운 고기와 밥, 달걀, 채소가 차려진 늦은 아침 식탁.

가까이 찍은 그릇에는 고기의 구운 면과 밥알이 또렷하다. 달걀의 노란색, 붉은 고추와 토마토, 새우 한 마리가 작은 나무 그릇 안에 함께 들어 있었다. 차가운 국물과 튀김도 곁들여져 식탁은 꽤 복잡했지만, 그 복잡함이 여행의 시작에는 어울렸다. 무엇부터 먹을지 정하다가도 옆 사람의 그릇을 한 번 더 보게 되는 식사였다. 가게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식탁에 둘러앉아 그릇을 건네고 반찬을 나눠 보던 느긋한 시간이다. 바다로 나가기 전 숨을 고를 수 있었던 덕분에 오후의 풍경도 서두르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구운 고기와 달걀, 새우가 담긴 나무 그릇
밥 위에 얹힌 구운 고기와 달걀, 새우를 가까이서 본 한 그릇.
국수와 튀김, 붉은 반찬이 놓인 식탁
국수와 작은 튀김, 붉은 반찬이 함께 놓인 식탁의 다른 쪽.

식사 뒤 사계리 쪽으로 내려가자 산방산이 길 앞에 크게 나타났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산도 가까운 해안에 서면 전혀 다른 크기로 다가온다. 초록 식생이 덮은 윗부분 아래로 회색 암벽이 길게 드러났고, 산의 둥근 윤곽과 절벽의 거친 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처음에는 산만 봤다. 하지만 잠시 뒤 바다로 시선을 옮기자, 이 산을 옆에 두고 이어지는 해안의 방향이 보였다. 제주 남서쪽을 여행한다는 감각은 그때부터 분명해졌다.

사계리에서 올려다본 산방산과 아래쪽 암벽
사계리에서 올려다본 산방산의 둥근 정상과 드러난 암벽.

물 위에서 다시 본 산방산과 형제섬

바다 쪽으로 나가 산방산을 돌아보니 조금 전의 사진과 같은 산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육지에서는 하늘을 가득 채우던 산이 파란 바다와 하늘 사이에 또렷하게 놓였다. 아래쪽에는 마을과 해안선이 가늘게 이어지고, 앞쪽 물결은 화면의 절반을 채웠다. 산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자리가 달라진 것이었다. 물 위에서는 기준이 되는 건물이나 도로가 사라져, 산과 바다의 비율을 다시 느끼게 된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잔물결이 연달아 생기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그 윤곽을 따라 눈을 옮겼다.

바다에서 돌아본 산방산과 넓은 푸른 물결
바다에서 돌아본 산방산과 앞쪽에 넓게 펼쳐진 푸른 물결.

형제섬 가까이에서는 바다의 색도 한 가지가 아니었다. 파란 수면 위에 하얀 물살이 생기고, 섬 가장자리에는 검은 바위와 낮은 초록 땅이 나란히 보였다. 사진 속 사람들은 물가 쪽에 작게 모여 있었지만, 나는 그들보다 먼저 섬의 거친 외곽에 눈이 갔다. 두드러진 바위 봉우리와 낮은 땅이 멀리서 서로 붙어 보이다가 각도가 조금 달라지면 다른 모양으로 갈라졌다. 형제섬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는 말을 이 풍경 앞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형제섬 부근 물 위에서 바라본 낮은 해안과 여름 하늘
형제섬 부근 물 위에서 본 낮은 해안과 바위, 넓은 여름 하늘.

육지에서 형제섬을 바라볼 때는 바다 위의 작은 점처럼 느껴졌는데, 가까이에서는 바위의 높낮이와 낮은 해안이 따로 보였다. 그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간 자리는 사진의 파란색보다 더 깊어 보였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장면은 발로 다가가 세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천천히 눈에 담게 된다. 가까워지면 무엇이 보일까 기대하고, 다시 멀어지면 방금 보았던 형태를 머릿속에서 맞춰 보는 식이었다. 사계리 바다에서 보낸 오후의 간격은 그 왕복하는 시선으로 기억된다.

형제섬 곁의 바다에 한동안 머무는 사이 시선은 자꾸 육지와 섬 사이를 오갔다. 가까운 바위의 단단한 윤곽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산방산은 다시 먼 배경이 됐다. 섬 주변의 물결은 잔잔한 한 가지 무늬로 머물지 않았고, 하얀 포말이 바위 끝에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바다에서 육지를 볼 때는 길과 가게보다 산의 윤곽, 섬의 검은 바위, 수면의 방향이 먼저 보인다. 제주 여행에서 차로 해안을 따라 달리며 바다를 옆에 둔 적은 많았지만, 바다를 중심에 놓고 육지를 바라보는 기억은 조금 다른 자리에 남는다. 그 차이 덕분에 오후 늦게 포구로 돌아왔을 때도 산방산이 새로워 보였다.

사계포구의 빨간 등대와 형제해안로

사계포구에 다시 서니 빨간 등대가 방파제 끝에 선명했다. 방파제 안쪽의 물은 바깥 바다와 다르게 잔잔해 보였고, 작은 배가 계단 가까이에 붙어 있었다. 흰색 테트라포드와 검은 현무암, 모자이크 무늬의 긴 벽이 서로 다른 재질로 한 줄을 만들었다. 멀리 형제섬의 바위도 낮게 보였다. 바다에서 보던 포구와 육지에서 바라보는 포구가 다르다는 사실이 재미있어, 한동안 같은 방향을 여러 번 돌아봤다. 항구는 바다로 나가는 문이면서 돌아와 발을 디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리였다.

사계포구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
사계포구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와 잔잔한 항내 물결.

방파제 가까이에는 물질하는 해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었다. 커다란 마스크를 손에 든 모습 뒤로 푸른 바다와 돌담의 색 조각이 보인다. 인물의 자세가 살아 있어 잠깐 실제 사람처럼 눈길이 갔다. 바로 옆에는 작은 배들이 묶여 있고, 바깥쪽으로는 파도가 계속 지나갔다.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조형물이지만, 사계포구가 바다를 바라보는 장소인 동시에 누군가 바다에서 일을 해 온 장소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남긴 뒤에는 포구를 벗어나 해안을 천천히 걸었다.

사계포구 바닷가에 선 해녀 조형물
사계포구 바닷가에 선 해녀 조형물과 뒤편의 푸른 바다.
사계포구 안쪽에 모인 작은 배와 마을 풍경
사계포구 안쪽에 모인 작은 배들과 산방산 아래 마을 풍경.

형제해안로 쪽에서는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발밑이 완전히 달라졌다. 길에서 몇 걸음만 바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낮고 넓은 암반이 수면 가까이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평평한 갈색 바위인데, 가까이 가면 곳곳이 움푹 들어가 있고 틈에는 더 작은 검은 돌이 끼어 있다. 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아니라 여러 표면이 겹쳐진 것처럼 보였다. 마른 부분은 부드러운 갈색이고 물이 닿은 곳은 짙은 회색이었다. 손으로 표면을 만지지 않아도 사진에 결이 잡힐 만큼 차이가 뚜렷했다.

사계해안의 넓은 갈색 바위와 멀리 보이는 등대
사계해안의 낮고 넓은 갈색 바위와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
바다 쪽으로 뻗은 사계해안의 층진 바위
푸른 바다 쪽으로 층층이 뻗은 바위 가장자리.

바위의 오목한 부분에는 물이 잠시 머물렀다. 햇빛이 닿은 얕은 웅덩이는 바다 쪽 물빛과 달리 은색으로 빛났고, 옆의 검은 돌에는 녹색 이끼 같은 색이 묻어 있었다. 조금 전 포구에서 본 방파제는 사람이 쌓아 만든 직선이었다. 여기서는 물이 바위 사이를 돌아 들어가며 굽은 경계를 남긴다. 눈을 들면 형제섬 쪽 작은 바위가 보이고, 눈을 낮추면 손바닥만 한 홈과 돌의 그림자가 보였다. 같은 장소에서 시선의 높이만 바꿔도 풍경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바위틈에 고인 물과 여러 크기의 돌
사계해안 바위의 움푹한 홈에 남은 작은 돌과 얕은 물.
겹겹이 놓인 사계해안의 갈색 암반
겹겹이 놓인 해안 암반의 굴곡과 바다 쪽으로 열린 틈.

둥글게 패인 자국들을 보며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 어떤 홈에는 작은 돌이 들어 있었고, 어떤 부분은 단단한 표면이 얇게 벗겨진 듯 보였다. 물과 바람을 오래 맞았을 표면은 한 부분도 완전히 똑같지 않았다. 사진을 여러 장 찍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넓은 해안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모양이 가까운 사진에는 얼굴의 표정처럼 남았다. 유명한 전망 지점만 지나쳤다면 이 작고 독특한 무늬를 놓쳤을 것이다.

크고 작은 오목한 자국이 모여 있는 바위 표면
크고 작은 오목한 자국이 모여 있는 사계해안 바위 표면.
층층이 쌓인 듯 보이는 갈색 바위 덩어리
바닷바람 아래 층층이 쌓인 듯 보이는 갈색 바위 덩어리.

돌을 따라 걷다 뒤돌아보면 조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선이 나타났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바위의 끝, 그 사이에서 반복되는 흰 파도, 먼 수평선 위에 낮게 남은 섬의 윤곽이 이어졌다. 형제해안로가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의 해안을 잇는다는 지리적 설명보다, 내게는 이렇게 가까운 바위에서 먼 섬으로 눈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길로 기억된다. 올레길 일부와 겹치는 이 해안은 오래 걷지 않아도 제주 남서쪽 바다가 왜 다양한 사진으로 남는지 알게 해 준다. 단, 파도와 바람에 따라 젖은 바위의 상태가 달라지므로 눈앞의 물가에 맞춰 걷는 편이 좋겠다.

바위 끝에서 바라본 사계리 바다와 먼 섬
바위 끝에서 내려다본 사계리 바다와 멀리 작은 섬의 윤곽.

사계해안의 바위는 한낮에 봤던 산방산과 형제섬을 더 작은 규모로 다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산에서 본 암벽의 굵은 세로선이 이곳에서는 얇은 갈라짐이 되고, 섬에 부딪힌 파도가 이곳에서는 발끝 가까이 흰 테두리를 남겼다. 물가를 향해 무작정 내려가기보다 마른 암반에서 잠시 멈추어 파도가 어디까지 닿는지 보는 시간이 좋았다. 여름 해안은 햇빛이 바닥에서 되비치고 그늘이 많지 않으니, 걷는 속도를 늦추고 주변의 젖은 면을 살피면 이 작은 무늬들을 더 오래 볼 수 있다.

넓은 바위 위에 박힌 검은 조각들의 무늬
넓은 바위 위에 검은 조각들이 점처럼 박힌 독특한 무늬.

논짓물 부근, 검은 바위 위로 내려앉은 해

해가 기울 때쯤 예래동 논짓물 부근으로 옮겼다. 앞서 보았던 사계리의 갈색 암반과 달리 이곳 해안은 검은 현무암이 거칠게 이어졌다. 바위 사이 작은 틈들이 많아 같은 검은색이어도 빛을 받는 면과 그늘진 면이 잘게 갈렸다. 논짓물은 바닷물과 용천수가 만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 사진에 오래 남은 것은 물놀이 장면이 아니라 바위 너머 낮아지는 하늘이었다. 낮에는 맑았던 파란색이 점차 회색과 연한 금빛으로 바뀌었다. 해안의 색도 그에 따라 차분해졌다.

논짓물 부근에 펼쳐진 거친 검은 바위
논짓물 부근 해안에 펼쳐진 거친 검은 바위와 얕은 물웅덩이.
검은 바위 위로 퍼진 늦은 오후의 구름
검은 바위 지대 위로 구름이 넓게 퍼진 늦은 오후 하늘.

바다 앞에는 낮은 구름이 여러 겹 걸려 있었다. 그 사이로 해가 비치자 구름의 가장자리만 희게 밝아지고, 앞쪽 바위는 거의 검은 실루엣이 됐다. 이때의 사진은 선명한 낙조 사진과는 다르다. 태양이 아주 붉게 떨어지는 순간보다, 낮의 색이 저녁의 색으로 넘어가는 중간의 공기가 담겼다. 바람이 잠시 잦아든 듯한 고요함을 느끼며, 오전부터 계속 들여다본 바위와 물의 경계를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같은 날의 바다인데도 한낮의 형제섬 앞과는 밝기부터 달랐다.

논짓물 부근 해안 위 구름 사이의 낮은 해
논짓물 부근 해안 위 구름 사이로 비치는 낮은 해.

해안 가까운 길에서는 하얀 고양이 한 마리도 만났다. 바다 사진 사이에 고양이 사진이 들어 있는 것이 처음에는 엉뚱해 보이지만, 나중에 사진을 넘기면 그 짧은 만남 덕분에 해 질 무렵의 장소가 떠오른다. 고양이는 주차장 바닥의 흰 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주변에는 야자수와 차들이 있었고, 조금 전까지 바라보던 검은 바위는 그 뒤에 남아 있었다. 하루 동안 큰 산과 먼 섬을 본 뒤라 작은 동물의 움직임에 잠시 시선을 맞추는 시간이 반가웠다. 제주에서의 저녁이 관광지의 마지막 사진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 같은 장면이다.

주차장 바닥의 흰 선을 따라 걷는 하얀 고양이
논짓물 부근 주차장 바닥의 흰 선을 따라 걷는 하얀 고양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끝난 하루

날이 어두워진 뒤에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의 불빛이 낮의 해안과 전혀 다른 색이었다. 밖에서는 바위와 하늘이 넓게 펼쳐졌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간판과 진열대,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시선이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 관광지의 하루가 식탁에서 시작해 다시 음식 냄새가 나는 곳으로 돌아온 셈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지역의 농수산물과 먹거리를 함께 볼 수 있는 상설시장이라, 해안 산책 뒤에 들르면 바다 밖의 제주가 어떻게 저녁을 보내는지도 엿볼 수 있다.

불이 켜진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입구 안내 표지
불이 켜진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입구의 안내 표지.

시장을 걷다가 철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얇게 퍼진 달걀 위에서 김밥 모양의 음식이 익어 가고, 조리하는 손은 계속 움직였다. 낮에 포구에서 작은 배들을 보던 때와는 다른 종류의 바쁨이었다. 김이 오르는 찜통, 밝은 간판, 손님이 오가는 좁은 통로가 차례로 나타났지만, 사진에는 얼굴보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남겼다. 완성된 음식보다 그 과정이 눈에 보이는 시장의 저녁이 기억에 남는다. 한 끼를 내기 위해 이어지는 손의 움직임은 아침 식탁에 놓였던 음식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철판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손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철판에서 달걀과 김밥 모양의 음식을 조리하는 손.

하루를 되짚으면 가장 크게 남는 것은 산방산의 높이만도, 형제섬의 바위만도 아니다. 식탁에서 배를 채운 뒤 산 아래에 서고, 바다로 나가 그 산을 다시 보고, 포구로 돌아와 발밑의 바위를 살폈다. 검은 해안에서 해가 낮아지는 것을 본 뒤에는 시장의 조명 아래로 들어갔다. 장소마다 빛의 크기와 시선의 거리가 달랐기에 이동한 거리보다 더 긴 하루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같은 길을 걷더라도 해의 위치와 바람,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사진은 또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는 제주 남쪽 바다를 가까운 식탁에서 먼 섬까지, 다시 발밑의 돌과 저녁의 철판까지 따라가 본 하루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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