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행오늘물때 저널
바다 여행 SEA NOTE 19

남해에서 돌을 따라 걷다: 몽돌 해변, 다랭이마을, 석방렴의 이틀

몽돌 해변의 물소리에서 다랭이마을 돌길을 지나, 석방렴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은 남해 여행의 이틀.

아침의 다랭이마을 계단식 논과 바다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작한 오후

8월 14일 오후, 남해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오래 바라본 것은 특정한 건물보다 바다가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언덕 아래로 낮은 집과 밭이 내려앉고, 그 사이를 지나면 잔잔한 물과 건너편 산이 한 화면에 겹쳤다. 차창 가까운 난간 때문에 시야가 조금 잘려도 오히려 여행의 첫 순간답다. 잘 꾸민 전망대 사진이 아니라, 이동하다가 문득 멈춰 본 장면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은 짙은 초록이고 먼 산은 푸르게 흐려져 있었다. 남해에서는 바다를 보려면 언제나 해변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길이 한 번 굽을 때마다 바다의 폭이 달라졌다.

남해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과 바다
사진 · 남해 언덕길에서 집과 밭 너머로 처음 내려다본 바다.

조금 더 높은 자리에서는 작은 섬과 포구 쪽 구조물까지 보였다. 물의 표면은 멀리서 매끈해 보였지만, 가까이 가면 전혀 다른 질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에 찍힌 바다를 보며 오늘은 어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해안의 결이 어떻게 바뀌는지 따라가고 싶어졌다. 붉은 지붕의 펜션이 이어지는 길을 지나며 건물과 바다의 간격도 살폈다. 집들은 산비탈에 기대어 있고, 창은 대체로 물이 있는 쪽을 향한다. 남해의 해안 마을에서는 전망을 얻는 대신 오르내리는 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이때부터 느껴졌다.

남해 포구와 작은 섬을 내려다본 풍경
사진 · 언덕 아래 포구와 작은 섬, 건너편 산이 겹친 풍경.
붉은 지붕의 남해 해안 펜션
사진 ·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 본 붉은 지붕의 펜션들.

모래보다 돌이 먼저 말을 거는 해변

몽돌 해수욕장에 닿으니 멀리서 보던 남해의 물빛보다 발밑의 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둥글고 납작한 돌들이 제각기 다른 회색으로 해변을 채우고 있었다.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는 넓은 모래사장에서 듣는 파도 소리와 다르다. 물이 밀려왔다가 빠질 때마다 해변 자체가 작게 움직이는 듯했다. 햇빛을 받은 마른 돌과 물기를 머금은 돌의 색도 달라서, 바다 쪽으로 몇 걸음만 옮겨도 같은 해변이 다른 무늬를 보여 주었다. 물속으로 바로 뛰어드는 대신 돌 사이에 발을 놓고 서서 섬과 배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몽돌 해변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
사진 · 몽돌이 깔린 남해 해변과 가까운 바다.
남해 몽돌 해수욕장의 둥근 돌들
사진 · 파도에 둥글게 다듬어진 크고 작은 몽돌.

물가에서 주운 돌을 따로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게 됐다. 하얀 돌 하나가 검은 돌 틈에서 드러나고, 바로 옆에는 갈색과 녹색이 섞인 작은 돌이 놓여 있었다. 여행지에서 바다를 찍을 때 보통 카메라를 수평선에 맞추는데, 이날은 렌즈를 발밑으로 내리는 편이 더 재미있었다. 해변에서 고개를 들면 낮은 섬 두 개가 수평선을 끊고, 가까운 물에는 작은 배가 떠 있었다. 큰 파도나 극적인 절벽은 없지만 잔잔한 물과 둥근 돌이 함께 있어 오래 걷기 좋았다.

몽돌 해변에서 본 두 섬과 배
사진 · 몽돌 해변에서 본 낮은 섬과 작은 배들.
오후 햇빛이 비치는 남해 물가
사진 · 오후 햇빛이 길게 비치던 남해의 물가.

해변은 물 쪽만 보고 걸으면 금세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돌밭의 폭과 육지 쪽의 나무, 멀리 떠 있는 배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물이 들어오는 선은 곧게 그어지지 않고 자갈 사이로 잘게 부서졌다. 이 작은 차이를 보려고 걸음을 멈추는 일이 좋았다. 사진을 여러 장 찍은 것도 같은 해변을 반복해서 남기려는 마음보다, 시선의 높이를 바꿀 때마다 달라지는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 해변을 떠날 때쯤에는 바다를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물색이 얼마나 파란지만 묻는 대신, 해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와 파도가 그 바닥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기억하게 된 것이다. 남해의 다음 장면은 같은 돌이 전혀 다른 형태로 쓰인 곳이었다. 자연이 둥글게 만든 몽돌을 지나, 사람들이 오랜 시간 쌓고 다듬은 돌담과 길을 만나러 갔다.

바다 쪽으로 층층이 내려가는 다랭이마을

늦은 오후 다랭이마을에 도착하니 산비탈의 밭과 논이 마치 바다를 향해 천천히 접혀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높은 곳에서는 초록 띠가 예쁘게 겹친 풍경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층마다 돌을 쌓아 땅을 붙들어 둔 흔적이 보인다. 평지가 넉넉하지 않은 곳에서 작은 면적을 잇고 또 이어 경작지를 만든 사람들의 손길이 풍경의 모양을 정했다. 남해군의 다랭이마을 소개를 읽고 보니 이 계단식 땅은 사진 찍기 좋은 배경에 그치지 않았다. 바다와 맞닿은 비탈에서 계속 살아온 마을의 생활 방식이었다.

남해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밭과 논
사진 · 저녁 햇빛 아래 층층이 이어진 다랭이마을의 밭과 논.

길 옆의 야외 탁자에서는 바다가 정면보다 조금 비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차 소리가 약해지고, 발을 디딜 좁은 길과 돌담이 시선에 더 가까워졌다. 멀리서 한 장에 담긴 마을은 평면처럼 보였지만,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교차한다. 이런 곳에서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직선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아래쪽 해안까지 금방일 것 같다가도 돌계단을 돌아야 하고, 고개를 들면 지나온 집들이 이미 높은 곳에 있다. 사진만 보면 계단식 논이 만든 선이 부드럽고 규칙적이다. 가까이 걷다 보니 돌담의 높이도, 경계의 굽음도 층마다 달랐다. 넓은 기계가 한 번에 깎아 만든 땅이 아니라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면적을 확보하며 이어 온 땅이라는 인상이 남았다. 발밑의 길은 여행자에게 짧은 산책로이지만 마을 사람에게는 매일 오가는 생활길일 것이다. 그래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풍경을 소비하듯 서둘러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 불편한 경사 덕분에 전망은 걷는 동안 여러 번 새로 열렸다.

다랭이마을의 바다를 향한 야외 자리
사진 · 다랭이마을을 걷다 만난 바다 쪽 야외 자리.

잠시 앉아 부침개와 묵무침이 놓인 식탁을 마주했다. 부추가 듬뿍 들어간 전의 초록색, 잘게 썬 채소와 묵에 묻은 양념이 그날의 햇빛만큼 선명했다. 음식을 다 먹기 전에 사진을 남긴 정갈한 식탁은 아니지만 오히려 산책 사이에 쉬어 간 실제 시간이 보인다. 경사진 마을길을 걸은 뒤에 먹으니 전 한 조각도 평소보다 든든했다. 맛을 과장해 기억하기보다,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서 다리를 쉬게 한 저녁으로 남겨 두고 싶다.

부추가 들어간 전이 놓인 식탁
사진 · 다랭이마을에서 쉬며 먹은 부추가 들어간 전.
채소와 묵을 버무린 저녁 접시
사진 · 채소와 함께 무친 묵이 남은 저녁 접시.

해가 낮아진 뒤에는 다시 돌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걸었다. 오른쪽에는 풀이 자란 비탈이, 왼쪽에는 아래로 떨어지는 바다의 여백이 따라왔다. 길은 계단이 되었다가 낮은 난간이 있는 구간으로 이어졌고, 바위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도 소리가 분명해졌다. 사진 속 다리는 작고 구불구불하다. 멀리서 보면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위 사이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 주는 길의 일부다. 물가를 향해 난 길을 걸으며 다랭이마을이 논만 있는 곳이 아니라 해안까지 이어지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랭이마을 아래 해안을 향한 돌길
사진 · 다랭이마을 아래 바다 쪽으로 이어지는 돌길.
바위 해안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사진 · 바위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난간.
다랭이마을 해안의 바위와 낮은 다리
사진 · 낮은 다리와 바위가 이어지는 다랭이마을 해안의 저녁.

바위 위에서 돌아보면 산 쪽의 밭과 바다 쪽의 돌이 한 장소 안에 놓인다. 오후에 몽돌 해변에서 본 둥근 자갈과 달리 이곳의 바위는 크고 각져 있었다. 햇빛이 약해질수록 먼 섬은 겹겹의 그림자로 바뀌고, 가까운 풀과 바위만 또렷해졌다. 지나온 길을 되짚을 때 작은 다리의 위치가 보이니, 방금 걸은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저녁을 단순한 일몰 감상으로 기억하지 않는 이유다. 발을 디딘 길이 마을의 층과 해안의 굴곡을 함께 설명해 주었다.

남해 다랭이마을 아래 바위 해안
사진 · 다랭이마을 아래 바위 해안과 멀리 이어지는 섬들.
저녁빛의 다랭이마을 해안과 멀리 보이는 섬
사진 · 저녁빛 속에서 바라본 남해의 조용한 바위 해안.

다음 날 아침, 같은 풍경을 다시 읽다

8월 15일 아침에 다시 본 바다는 전날 저녁과 달랐다. 숙소 쪽 난간 너머의 섬들은 더 연하고 넓게 보였고, 햇빛은 비탈의 선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여행 중 같은 장소를 두 번 보는 일은 시간을 빼앗기보다 기억을 단단하게 한다. 저녁에는 바다 가까이 내려가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밭의 곡선과 집 사이 길이 아침에는 먼저 보였다. 한 번 걸어 본 길이었기에 어느 선이 해안으로 이어지는지도 조금 더 쉽게 읽혔다.

아침 난간 너머 남해의 바다와 섬
사진 · 아침 난간 너머로 다시 만난 남해의 섬과 바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다랭이마을 전체를 바라보면 층마다 다른 초록색이 보인다. 작은 집과 밭, 해안의 바위가 각각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경사면에 붙어 있다.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는 아름다운 패턴이지만, 어제 걸은 다리를 생각하면 저 아래까지 닿는 데는 여러 번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풍경의 아름다움과 그 안의 생활이 함께 보이는 순간이다. 구경하는 사람의 시선으로만 마을을 지나치지 않으려고 잠시 더 머물렀다.

아침의 다랭이마을 계단식 논과 바다
사진 · 아침에 다시 바라본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땅과 바다.

돌담 안에서 물고기를 잡다

다음으로 만난 해안에는 바다 쪽으로 둥글게 둘러친 돌담이 있었다. 처음에는 잔잔한 물을 가둔 작은 웅덩이처럼 보였는데, 이곳은 석방렴이었다. 돌을 쌓아 만든 담 안에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남도록 하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시설이다. 석방렴의 원리를 알고 나면 돌의 곡선이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바닷물의 움직임을 읽어 만든 도구로 보인다. 옆의 넓은 바다는 빛에 반짝였고, 돌담 안의 물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같은 해안인데도 담을 사이에 두고 물의 표정이 달랐다.

석방렴 근처 얕은 물 아래로 보이는 돌
사진 · 석방렴 가까운 얕은 물 아래로 보이던 돌과 작은 물결.
반원으로 쌓은 남해 석방렴 돌담
사진 · 바다를 향해 둥글게 뻗은 남해의 석방렴 돌담.

이곳에서는 구경만 하지 않고 직접 물고기도 잡았다. 돌담 안을 들여다보며 움직임을 따라가던 순간부터, 바다를 바라보던 시간이 손을 쓰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가만히 보아도 물속의 돌과 그림자가 섞여 작은 움직임을 놓치기 쉬웠다. 물고기를 잡았을 때의 기쁨은 크기나 종류를 자랑하는 데서 오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해안의 형태로만 보였던 석방렴이 실제로 고기를 가두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된 데 있었다. 사진에는 잡은 물고기의 모습보다 맑은 물과 둥근 돌담이 더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손에 잡히던 긴장과 짧은 환호가 먼저 떠오른다.

돌 위를 조심해 걸으며 담의 바깥과 안쪽을 번갈아 보았다. 조용해 보이는 물도 조금씩 드나들고 있었고, 바닥의 돌은 한 가지 크기로 쌓인 것이 아니었다. 어제 몽돌 해변에서 만난 돌은 파도가 다듬은 풍경이었다면, 이곳의 돌은 사람이 물때에 맞춰 놓은 도구였다. 이틀 동안 본 남해의 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돌담을 바라보는 위치도 바꾸어 보았다. 바다 쪽에서는 낮은 담이 물 위에 한 줄로 놓인 듯 보이고, 안쪽에서는 담이 만드는 넓은 곡선이 또렷해졌다. 물의 높이가 조금만 달라져도 안쪽의 깊이가 달라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구조를 알게 된 뒤에는 물고기를 잡았다는 결과뿐 아니라 왜 이 자리에 돌담을 놓았는지가 계속 궁금해졌다. 바다를 이용하는 오래된 지혜가 풍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석방렴에서 물고기를 잡은 경험이 없었다면 그 차이를 그저 모양의 차이로만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모래 해변을 지나 예술촌으로

해안을 따라 이동하자 이번에는 넓은 모래가 펼쳐졌다. 몽돌, 바위, 돌담을 차례로 본 뒤라 모래사장이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물은 얕은 곳에서 연한 색으로 번지고, 건너편에는 소나무가 모인 언덕이 있었다. 같은 남해라도 발밑이 바뀌면 걷는 속도가 달라진다. 돌 위에서는 다음 발을 어디에 놓을지 살폈다면, 모래 위에서는 바다 쪽과 숲 쪽을 번갈아 바라보게 됐다. 짧게 머문 해변이지만 앞서 지나온 거친 해안과 대비되어 분명한 쉼표가 되었다.

남해 해안의 바위와 소나무
사진 · 해안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
소나무 숲을 마주한 남해 모래 해변
사진 · 소나무 숲을 마주한 남해의 넓은 모래 해변.

다시 차를 타고 오르막길을 지나자 빨간 지붕의 집들이 나타났다. 바다를 향한 지붕과 산 쪽의 돌담이 함께 보여, 이곳에서도 지형을 따라 집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사이를 조금 걸은 뒤에는 해오름예술촌의 정원으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건물 앞 조형물과 정원 길은 해안에서 보던 자연의 선과 달리 사람의 손으로 계획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끊어진 풍경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다 옆 마을에서 올라와 꽃과 나무를 보니, 한낮의 강한 빛을 다른 속도로 받아들이게 됐다.

남해 언덕에 늘어선 붉은 지붕의 집들
사진 · 해안에서 올라온 길에 보인 빨간 지붕의 집들.
해오름예술촌 주변의 나무와 정원
사진 · 해오름예술촌 주변의 나무와 정원 길.

정원에서는 작은 호박이 매달린 넝쿨과 꽃을 한참 살폈다. 화려한 대표 조형물을 한 장 찍고 끝내기보다 잎 아래에 가린 열매와 하얀 꽃잎이 오래 눈에 남았다. 바다에서 바닥의 몽돌을 자세히 보던 눈이 여기서는 식물의 세부를 찾아다녔다. 여행의 순서가 묘하게 이어진 셈이다. 가장 넓은 풍경에서 시작해 가장 작은 것들로 시선이 내려왔다. 가까이 본 꽃에는 분홍빛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잎이 겹쳐 있었다. 정원 안의 조형물과 식물을 따로 떼어 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사이를 걷는 순서가 중요했다. 해안에서는 수평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면 정원에서는 허리를 조금 숙여 잎 아래를 들여다봤다. 몽돌, 다랭이논, 석방렴처럼 이곳도 자세히 볼수록 처음의 인상과 다른 층이 나타났다. 사진 한 장에는 꽃만 남더라도 그 앞에는 바닷가에서 올라온 길과 잠시 쉬어 간 시간이 있다. 남해에서의 마지막 낮은 바다를 등진 실내 관광이 아니라, 여전히 바람이 지나는 바깥 산책이었다.

해오름예술촌 정원의 넝쿨과 열매
사진 · 해오름예술촌 정원의 넝쿨에 매달린 열매.
해오름예술촌 정원의 흰 꽃과 분홍빛 꽃잎
사진 · 해오름예술촌 정원에서 가까이 본 흰 꽃들.

저녁 무렵에는 바다에서 벗어나 산 쪽 길에서 선유폭포 안내판을 보았다. 사진에 남은 것은 폭포 자체가 아니라 길가의 안내판이다. 그래서 이 여행의 끝을 폭포를 본 이야기로 채우기보다, 남해의 바다에서 산으로 시선이 옮겨 갔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틀 동안의 남해는 한 가지 해변의 색으로 남지 않는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구, 발밑에서 소리 나던 몽돌, 비탈을 붙드는 다랭이마을의 돌담, 물고기를 잡았던 석방렴의 둥근 선이 차례로 떠오른다. 특히 석방렴 앞에서는 오래된 어로 방식이 여행자를 위한 설명으로만 머물지 않고 실제 손의 경험이 되었다. 다음에 남해를 다시 걷는다면 바다를 멀리서 한 번 보고 지나치지 않고, 어떤 돌과 길이 물가를 이루는지 더 천천히 살펴보고 싶다.

선유폭포 안내판과 안내판 속 폭포 사진
사진 · 저녁 이동 길에 본 선유폭포 안내판. 폭포 사진은 안내판 속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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