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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다 여행 SEA NOTE 17

괌의 바다를 세 방향에서 보다: 이나라한, 리티디안, 아갓의 사흘

이나라한의 문화마을과 자연 풀, 리티디안의 숲길과 해변, 아갓에서 시작한 돌핀 투어까지. 돌고래는 못 만났지만 서쪽 해안을 배에서 바라본 괌의 사흘.

하얀 모래와 청록색 물이 이어지는 리티디안 해변

1월 9일 아침부터 11일 저녁까지 남은 사진을 촬영 시각 순서로 놓아 보니, 괌은 한 가지 색의 바다가 아니었다. 투몬 근처에서 출발해 남쪽 이나라한의 오래된 마을과 바닷가를 걷고, 다음 날에는 북쪽 끝 리티디안의 하얀 모래에 닿았다. 마지막 날에는 서쪽 아갓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 멀어지는 해안선을 바다 쪽에서 바라보았다. 같은 섬을 세 방향에서 본 셈이다. 차로 이동한 구간의 모든 정차 지점을 사진만으로 복원할 수는 없지만, 장면을 차례로 이어 놓으면 여행의 결이 꽤 선명하게 살아난다.

첫째 날 아침, 투몬을 떠나 남쪽으로

첫 사진은 거대한 전망대나 유명한 해변이 아니라 길가의 작은 붉은 꽃이다. 꽃 한 송이를 가까이 보려고 멈춘 시간이 오전 9시 49분. 열대의 색은 멀리 있는 바다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초록 잎 한가운데 붉은 부분이 작게 붙어 있고, 그 아래 마른 땅과 낙엽이 그대로 보인다. 멋진 휴양지 사진과 달리 발밑의 촉감까지 기억하게 하는 장면이다. 여행에서는 이런 사진이 그날의 속도를 알려 준다. 서둘러 목적지로만 향했다면 카메라를 이렇게 가까이 들이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괌 투몬 근처의 붉은 꽃과 초록 잎
사진 · 투몬 근처에서 아침에 만난 붉은 꽃. 큰 풍경을 보기 전 발밑에 먼저 눈이 갔다.

한 시간 남짓 뒤에는 높은 곳에서 만을 내려다본 사진이 나온다. 전경의 낮은 건물과 지붕, 그 너머로 길게 굽는 해안, 더 멀리 짙은 남색 바다가 층을 이룬다. 사진 속 풍경은 섬 동쪽의 요나 일대다. 도로에서 잠깐 시야가 트인 곳을 만났는지, 높은 곳의 건물에서 바라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투몬의 바다와 다른 얼굴이라는 점이다. 관광지 한복판에서 보는 수평선보다 산과 마을이 바다로 이어지는 모양이 또렷하다. 같은 파란색인데 가까운 수면은 부드럽고, 바깥쪽 바다는 깊어 보인다.

요나 일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해안과 푸른 바다
사진 · 남쪽으로 가는 길, 요나 일대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만과 먼바다.

그다음 길은 이나라한으로 이어진다. 바나나가 달린 나무를 지나 잔디가 놓인 마당에 들어서면 야자 잎과 초가지붕이 시야를 채운다. 이곳은 괌 관광청이 소개하는 게프 파고 문화마을 일대다. 관광청 설명에는 차모로의 전통 공예와 요리 시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되어 있다. 사진에도 작은 집과 야외 작업 공간이 차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좋았던 것은 '전통'이라는 큰 말을 먼저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늘이 생기는 지붕, 바람이 통하도록 엮은 벽, 손 닿는 거리에 놓인 재료가 그 말을 작게 풀어 준다.

이나라한의 바나나 나무와 열매
사진 · 이나라한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바나나 나무. 열매와 넓은 잎이 한 프레임에 담겼다.
게프 파고 문화마을의 잔디 길과 초가지붕
사진 · 게프 파고 문화마을의 잔디 길과 야자수, 그 뒤로 이어진 작은 초가지붕.
야자 잎을 엮은 게프 파고의 초가
사진 · 야자 잎을 엮은 지붕과 틈이 있는 벽. 그늘과 바람을 함께 생각한 공간처럼 보인다.

손으로 만드는 물건 앞에서 오래 머문 시간

사진 속에는 장작불 위에 올린 냄비와 나무 작업대, 바구니와 엮은 물건이 차례로 등장한다. 불 앞 사진이 오전 11시 47분, 공예품 사진이 11시 55분쯤이다. 짧은 간격에 여러 장이 찍힌 걸 보면, 바닷가로 급히 건너뛰기보다 마을 안의 작은 장면들을 따라 걷고 있었던 듯하다. 냄비 안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바구니마다 어떤 이름이 붙는지는 사진만으로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르는 재료의 이름을 억지로 채우기보다, 사진에 확실히 보이는 손작업의 흔적을 보고 싶다. 엮인 잎은 색과 굵기가 고르지 않고, 바구니마다 입구의 크기도 다르다. 기념품 진열대라기보다 만드는 방법을 가까이 들여다보게 하는 작업대다.

장작불 위에 냄비가 놓인 문화마을 작업 공간
사진 · 초가 안쪽 작업 공간의 장작불과 냄비. 불길이 돌벽 아래로 또렷하게 보인다.
나무뿌리와 초가가 있는 문화마을 길
사진 · 공예 공간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본 나무뿌리와 지붕. 마을의 그늘이 깊어지는 자리다.
탁자에 놓인 코코넛과 손으로 엮은 물건
사진 · 나무 탁자에 놓인 코코넛과 엮은 물건들. 재료의 질감이 서로 다르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수제 바구니
사진 ·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바구니. 손으로 엮은 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시연자의 손에 들린 물건을 찍은 사진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가렸다. 얼굴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한 손에 든 짜임과 탁자 위에 놓인 여러 형태다. 사진 한 장이 공예의 전 과정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만드는 사람이 곁에 서 있고, 완성된 물건과 재료가 한 화면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만들어진 결과만 진열한 박물관과는 다르게, 물건이 어떻게 사람의 손을 거치는지 상상할 여지를 준다. 해변 풍경을 보러 온 여행에서 오래 남는 장면이 뜻밖에 이런 탁자의 모서리일 수 있다.

얼굴을 모자이크한 게프 파고 공예 시연 장면
사진 · 게프 파고의 공예 시연 장면. 인물의 얼굴은 식별되지 않도록 모자이크했다.

이나라한 자연 풀, 바깥 파도와 안쪽 물의 차이

정오를 조금 넘긴 뒤의 사진은 마을의 풀빛에서 다시 물빛으로 넘어간다. 바깥 바다 쪽에서는 흰 파도가 암반에 부딪히고, 그 안쪽에는 비교적 잔잔한 물이 고여 있다. 여기가 이나라한 자연 풀 이다. 같은 장소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이어 보면, 왜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금방 이해된다. 검은 바위가 바깥 물결과 안쪽 물을 갈라 놓고, 안쪽 수면은 파도의 힘을 한 번 거른 듯 보인다. 사진 속 누군가가 물에 들어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어 수영 이야기는 보태지 않는다. 오히려 바위 너머의 파도가 계속 솟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지형이 충분히 흥미롭다.

이나라한 자연 풀의 잔잔한 물과 바깥 파도
사진 · 이나라한 자연 풀의 안쪽 물과 바깥쪽 파도. 암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움직임이 다르다.
쉼터의 기둥 사이로 바라본 이나라한 자연 풀
사진 · 쉼터의 둥근 기둥 사이로 보이는 자연 풀. 그늘에서 바라본 바다는 색도 조금 차분하다.
풀 옆 잔디에서 본 이나라한 바다
사진 · 잔디 가장자리에서 다시 본 이나라한의 바닷물. 안쪽 수면과 바깥 하얀 포말이 함께 보인다.

첫날의 남쪽 길은 짧은 시간에도 여러 번 분위기가 바뀐다. 꽃을 보던 아침, 숲과 초가 사이를 걷던 늦은 오전, 바위와 파도를 바라본 한낮이 한 줄로 이어진다. 남쪽을 '조용한 괌'이라고 한마디로 묶고 싶지는 않다. 문화마을에는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자연 풀에는 거센 바깥 물결이 있었다. 다만 투몬의 번화한 해변에서 조금 멀어졌을 뿐인데, 섬의 일상과 지형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자연 풀의 사진들을 다시 보면 촬영자가 움직인 방향까지 느껴진다. 먼저 물 전체를 넓게 담고, 이어 지붕 아래로 한 발 들어가 기둥을 화면의 테두리처럼 세웠다. 마지막에는 잔디 쪽에서 물과 바깥 암반을 함께 바라봤다. 한곳을 한 컷으로 끝내지 않고 보는 자리를 바꾼 덕분에, 이곳이 단순히 '예쁜 물'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해안 공간이라는 점이 보인다. 그늘을 찾을 수 있는 자리와 바깥 파도가 부딪히는 자리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

둘째 날, 리티디안의 숲길이 열어 준 해변

둘째 날 사진은 오전 11시 55분, 섬 북쪽 끝 리티디안 해변에서 시작한다. 전날 이나라한의 돌과 진한 초록을 봤다면, 여기서는 고운 밝은 모래와 투명한 얕은 물이 먼저 보인다. 바다 바깥쪽에는 하얀 선처럼 부서지는 파도가 길게 놓이고, 모래 가까이는 연한 청록색이다. 처음엔 이 색 차이만 보게 되지만, 조금 뒤 사진 속 길을 보면 해변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도 기억난다. 나무 사이로 난 흙길, 그 끝에서 조금씩 커지는 밝은 모래, 갑자기 넓어지는 수평선. 해변을 바로 차에서 내려 본 것이 아니라 숲의 그늘을 지나 만난 듯한 순서다.

하얀 모래와 청록색 물이 이어지는 리티디안 해변
사진 · 리티디안 해변의 하얀 모래와 두 겹의 물빛. 멀리 산호초 바깥쪽 파도가 선처럼 보인다.
리티디안 해변 가까이의 나무 그늘길
사진 · 해변에서 이어지는 숲길. 하얀 모래와 대비되는 나무 그늘이 깊다.
잎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리티디안 숲길
사진 · 잎이 터널처럼 겹친 길 끝으로 바다의 밝은 빛이 들어온다.

북쪽 끝의 해변이 아름답다고 해서 물속 풍경까지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진에는 물가와 모래, 먼 파도만 있다. 리티디안은 미국 어류·야생동물청이 관리하는 괌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속한다. 그래서 다음 여행자가 이곳을 찾아갈 때는 개방 여부와 바다 상태를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사진에서 바다가 잔잔해 보여도 바깥쪽 하얀 파도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보호구역의 해변을 그저 '물놀이 장소'로 소개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이곳에서 내가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물에 들어간 일이 아니라, 숲과 모래와 산호초 바깥 파도가 한 화면 안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숲길 사진 두 장은 비슷해 보여도 시선이 다르다. 한 장에서는 발을 디딜 흙길이 넓게 보이고, 다른 장에서는 가지가 위에서 겹쳐져 출구 쪽의 빛이 강조된다. 해변만 따로 보면 눈부신 흰색이 전부인 장소 같지만, 앞에 이 어두운 길을 두면 도착하는 순간의 느낌이 달라진다. 나무 아래에서는 멀리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없으니 길 끝의 밝은 조각을 향해 걷게 된다. 그래서 리티디안의 사진을 기억할 때는 모래 위에 서 있던 순간만이 아니라, 숲 사이로 그 모래가 조금씩 드러나던 과정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오후 1시 반 무렵에는 주차 구역과 나무 그늘을 담은 사진이 있다. 오후 2시 27분 사진은 다시 높은 쪽에서 북쪽 해안선을 내려다본다. 조금 전 발밑에 있던 모래가 저 아래 가느다란 띠로 보이고, 숲이 바다 앞까지 빽빽하게 닿아 있다. 같은 리티디안을 해변에서 보고 언덕에서 한 번 더 본 셈이다. 높은 곳에서 보면 처음에 무작정 넓어 보이던 바다에도 경계가 생긴다. 물색이 바뀌는 자리, 숲이 끝나는 자리, 하얀 물결이 시작되는 자리를 천천히 찾게 된다.

리티디안 해변 가까이 나무 아래 주차 구역
사진 · 해변 가까이의 넓은 나무 그늘과 주차 구역. 숲이 모래 가까이까지 이어진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리티디안의 숲과 해안선
사진 · 오후에 높은 곳에서 다시 본 리티디안 해안. 짙은 숲, 연한 물, 먼바다의 파랑이 층을 이룬다.

이후의 장면은 다시 투몬 근처로 돌아온다. 오후에 지나간 거리의 일식집 간판과 밤의 식당 외관, 늦은 밤 조명 아래 야자수도 남아 있다. 간판이 찍혔다고 그곳에서 무엇을 주문했다고 쓸 수는 없다. 다만 멀리 북쪽 해변에 있다가 사람이 오가는 시내로 돌아온 하루의 흐름은 뚜렷하다. 낮 사진에서는 해변의 흰색이 눈을 채웠다면, 밤 사진에는 간판의 빨강과 야자수 위에 닿는 조명이 남았다. 자연 풍경만으로 여행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 해변에서 돌아와 저녁의 거리 한가운데 서는 순간까지가 그날의 이동이다.

투몬 근처 거리의 일식집 간판
사진 · 북쪽에서 돌아온 오후, 투몬 근처 거리에서 본 일식집 간판.
밤 조명에 비친 괌의 야자수
사진 · 밤 10시 반 무렵 조명에 드러난 야자수. 낮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색이다.

셋째 날, 돌고래를 만나지 못한 아갓의 바다

마지막 날 오전 사진에는 다시 작은 식물이 등장한다. 첫날의 붉은 꽃과 짝을 이루듯, 넓은 잎 사이의 붉은 부분을 가까이 담았다. 이어 점심 무렵 식탁에는 코코넛 크랩 요리가 놓였다. 커다란 접시의 가운데 붉은 몸통이 있고, 굵은 집게와 검은 점이 있는 다리가 양옆으로 뻗어 있다. 그 아래에 놓인 채소의 초록색이 오전 식물 사진과 묘하게 이어진다. 바다로 나가기 전의 점심을 이렇게 또렷하게 찍어 둔 덕분에, 이날은 배 위 풍경만이 아니라 식탁의 색까지 기억에 남는다.

괌에서는 코코넛 크랩을 차모로어로 아유유(Ayuyu)라고 부른다. 괌 정부의 해안관리 자료에 따르면 어린 시기에는 바다에서 지내지만, 다 자란 뒤에는 육지에서 사는 게다. 이날의 식탁과 오후의 바다를 나란히 놓으니, 같은 섬 안에서도 육지의 먹거리와 바다의 풍경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행에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가까이 찍은 붉은 잎 식물
사진 · 마지막 날 오전의 식물. 첫날 꽃 사진처럼 가까운 것에서 하루가 시작된다.
코코넛 크랩 요리와 채소가 담긴 점심 접시
사진 · 마지막 날 점심으로 나온 코코넛 크랩. 붉은 집게와 점박이 다리가 채소 접시 위로 펼쳐져 있다.

오후 1시 54분 무렵에는 섬 서쪽 아갓 선착장 일대다. 잔디에 심긴 작은 야자수를 찍은 뒤 돌핀 투어 배에 올랐다. 오후 2시 15분부터 사진에는 푸른 물과 육지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돌고래를 만나러 나간 길이었지만 이날은 끝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카메라에는 돌고래 대신 서쪽 해안의 낮은 산과 물결이 남았다. 선착장에서 멀어질수록 화면 속 산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아갓 선착장 근처 잔디에 심긴 어린 야자수
사진 · 아갓 선착장 부근의 어린 야자수. 바다로 나가기 직전 남은 조용한 장면이다.
배 위에서 본 괌 서쪽의 바다와 해안
사진 · 아갓에서 출발한 돌핀 투어 배 위의 첫 풍경. 물 가까이에서 숲과 낮은 산이 길게 이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해안을 보는 기준이 바뀐다. 차에서는 마을과 도로가 장소를 구분해 줬지만, 배에서는 산의 굴곡과 해안선의 높이가 방향을 알려 준다. 첫 사진의 육지는 낮고 길게 누워 있다. 다음 사진에서는 언덕이 조금 더 가까워 보이고, 갑판 앞쪽에 물살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다시 한 컷 뒤에는 작은 바위섬 같은 덩어리가 수면 위에 떠 있다. 물의 색도 리티디안의 연한 청록과 다르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듯하던 해변의 얕은 물이 아니라, 배 아래로 깊게 내려앉는 짙은 파랑이다. 이 차이를 알아보는 데는 전문적인 설명보다 사진을 시간순으로 놓는 일이 더 도움이 된다.

바다에서 바라본 괌 남서쪽 해안의 둥근 언덕
사진 · 남쪽으로 이어지는 배 위 시선. 서쪽 해안의 둥근 언덕이 물 위로 길게 놓인다.
보트 난간과 짙은 푸른 바다
사진 · 난간 옆으로 지나가는 짙은 바다. 가까운 물살과 먼 해안이 한 장에 잡혔다.
배 앞에서 본 괌 남서쪽의 작은 바위섬
사진 · 오후 2시 42분 무렵 바다에서 만난 작은 바위섬. 지명을 단정하지 않고 장면 그대로 남긴다.

돌고래를 못 본 아쉬움은 남았지만, 사진 속 바다가 텅 빈 것은 아니다. 난간의 방향과 물결의 표정만으로도 배 위에서 보낸 오후가 다시 떠오른다. 섬의 바다를 한 번은 육지에서, 한 번은 배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조심스럽다. 꼭 그렇게 해야 여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진에서는 배에 오른 뒤에야 앞의 이틀이 새로 정리된다. 이나라한에서는 바위가 파도를 막아 만든 작은 물을 봤고, 리티디안에서는 산호초 바깥 파도가 해변과 나란히 선 것을 봤다. 이제 그 바깥에 서서 육지 전체가 물의 가장자리라는 사실을 본다.

배 사진의 촬영 간격도 재미있다. 처음 물가를 담은 컷에서 언덕과 바위섬을 찍은 컷까지 약 스물다섯 분이다. 몇 시간의 항해 전체를 사진으로 알 수는 없지만, 이 짧은 구간만으로도 수평선에 고정된 눈과 가까운 난간으로 내려온 눈이 번갈아 나타난다. 땅에서는 걸음을 멈추면 풍경도 멈춰 있는 듯하지만, 배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도 앞의 물이 계속 새로워진다. 작은 바위가 시야에 들어왔다가 뒤로 멀어지는 속도를 사진 한 장이 다 담지는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연속된 사진이 중요하다. 서로 닮은 파란 화면 사이에서 조금씩 달라진 해안의 윤곽이 움직임을 증명한다.

저녁의 투몬, 세 방향의 바다를 한데 놓다

마지막 장면은 다시 투몬 인근이다. 오후 6시 18분 무렵 하늘에 주황빛 구름이 길게 번졌다. 낮의 바다 사진처럼 수평선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도, 저녁의 온도가 충분히 전해진다. 다음 사진에는 해변으로 향하는 길과 차들이 남아 있다. 한낮에 한적했던 리티디안과 달리, 하루가 끝나는 해변 주변에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가까운 곳으로 돌아왔다는 감각은 이 평범한 주차장 사진 때문에 더 실감 난다. 낯선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여행의 끝은 대개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익숙해진 길을 한 번 더 걷는 일이다.

괌 투몬 근처의 주황빛 저녁 구름
사진 · 투몬 근처에서 만난 저녁 하늘. 주황색 구름이 길게 펼쳐진 마지막 해질녘.

처음에는 사진 속 파란 바다들이 모두 비슷해 보였다. 다시 보니 이나라한의 물은 바위 안쪽과 바깥쪽이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리티디안의 물은 숲과 모래 사이에서 점점 밝아지며, 아갓에서 탄 배 아래의 물은 짙고 깊다. 세 날의 사진을 묶어 주는 것은 이름난 명소의 목록이 아니라 그 차이를 천천히 알아챈 시간이다. 괌의 남쪽, 북쪽, 서쪽을 한꺼번에 다녀왔다고 섬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느 방향에서 바다를 보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의 기억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이 사진들이 분명하게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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