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행오늘물때 저널
국내 바다 여행 SEA NOTE 12

분홍 꽃에서 붉은 해까지, 선유도 망주봉과 새만금의 오후

새만금방조제의 분홍 꽃과 푸른 바다에서 출발해 선유도 망주봉 동쪽 바위 해안을 보고, 다시 방조제에서 섬 너머로 지는 해를 기다린 오후.

새만금방조제에서 본 낮은 해와 바다 위 긴 반사광

새만금방조제에서 바라본 바다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한쪽에는 낮게 흔들리는 분홍 꽃이 있었고, 그 뒤에는 돌로 쌓은 비탈과 짙푸른 물, 멀리 낮은 섬들이 차례로 놓였다. 오후 세 시를 조금 넘겨 찍은 첫 사진에는 바다보다 꽃이 더 많이 들어 있다. 해가 질 때까지 바다만 보러 다닌 날이었지만, 돌아와 사진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그 꽃이었다. 넓은 바다 앞에서 시선이 어디에 멈추는지는 꼭 풍경의 크기로 정해지지 않는 것 같다.

사진의 위치와 촬영 시각을 이어 보면 그날의 길은 비교적 또렷하다. 방조제에서 한 번 멈추고, 선유도의 돌이 깔린 해안으로 들어갔다가, 해가 낮아질 즈음 다시 방조제 쪽 바다 앞에 섰다. 비슷한 푸른 바다를 세 번 본 셈인데, 막상 기억 속에서는 서로 다른 장소처럼 남아 있다. 처음에는 수평선이 넓었고, 선유도에서는 바위가 가까웠으며, 마지막에는 섬의 검은 윤곽 위로 해가 천천히 내려갔다.

꽃이 먼저 보이던 새만금방조제

방조제에서 찍은 사진들은 오후 세 시 사 분부터 여섯 분 사이에 몰려 있다. 잠깐 머문 듯한 기록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카메라 방향은 여러 번 바뀌었다. 길 쪽으로는 차가 지나는 도로와 풀밭이 있고, 바다 쪽으로는 흰 돌이 깔린 경사면 아래로 물이 길게 펼쳐졌다. 어느 한쪽만 찍으면 여기가 그저 평범한 바닷가처럼 보일 것 같아, 꽃과 도로가 함께 들어오는 자리에서 먼저 멈췄다. 분홍 꽃이 방조제의 직선적인 풍경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새만금방조제 도로 옆 풀밭에 핀 분홍 꽃과 먼 바다
오후 세 시 무렵, 방조제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다 앞의 분홍 꽃이었다.

꽃을 지나 물가 쪽으로 눈을 돌리면 화면의 대부분이 푸른색이다. 가까운 물에는 잔주름이 보이지만 멀리 갈수록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엷어진다. 섬들은 아주 낮은 그림자처럼 이어져 있고, 앞쪽에는 방조제를 받치는 돌이 선을 긋는다. 사진에는 바람의 방향이 찍히지 않지만, 돌과 물의 경계를 따라 시선이 움직였던 순간은 남는다. 같은 곳에서 몇 걸음만 옮겨도 먼 섬의 배열이 조금씩 달라져서, 한 장을 찍고 바로 카메라를 내리기 어려웠다.

새만금방조제 돌비탈 아래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먼 섬
돌비탈 아래로 넓게 열린 바다. 먼 섬들이 낮은 선처럼 이어졌다.

다시 옆을 보니 꽃이 물가를 따라 계속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는 꽃만 크게 찍기보다 바다와 함께 담는 편이 좋았다. 가까운 분홍색, 그 뒤의 검은 돌, 더 멀리 있는 푸른 섬이 한 화면 안에서 차례로 멀어진다. 방조제는 차로 지나갈 때 길고 곧은 도로로 기억되기 쉽지만, 잠깐 멈춰 서면 이렇게 서로 다른 거리의 풍경이 겹친다. 그날 내게 새만금의 첫 장면은 거대한 구조물이 아니라, 바다를 향해 기울어 보이던 가느다란 꽃줄기였다.

방조제 물가를 따라 핀 분홍 꽃과 푸른 바다
꽃과 돌, 바다가 한 화면에 겹쳤던 방조제의 오후.

정면으로 바다만 담은 사진에는 여백이 많다. 파도가 크게 부서지는 해변도 아니고, 눈앞을 배가 가로지르는 장면도 없다. 대신 하늘이 수평선 위에서 한참 열려 있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이름 있는 장소에 빨리 닿고 싶어지지만,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수면을 보고 있으면 이동을 잠시 늦추게 된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 방조제의 바다가 필요했던 이유도 그 여백 때문인 것 같다.

푸른 하늘 아래 잔잔한 새만금 바다와 먼 섬
수평선을 오래 보게 했던 맑고 넓은 하늘.

사진의 오른쪽 멀리에는 도로와 구조물이 보이고, 앞에는 키가 다른 풀과 꽃이 뒤섞여 있다. 매끈한 여행 홍보 사진이라면 프레임 밖으로 밀어냈을 것들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실제로 서 있던 곳은 꽃밭만 있는 해안도, 완전히 비어 있는 전망대도 아니었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 옆에서 잠시 바다를 보는 자리였다. 이 사실이 있어야 다음에 선유도로 향하는 길도 갑자기 시작된 관광 장면이 아니라, 같은 오후의 연장으로 느껴진다.

방조제 풀밭의 분홍 꽃 너머로 보이는 섬과 구조물
떠나기 전 한 번 더 담은 꽃밭과 먼 섬.

넓은 수면에서 가까운 바위로

다음 사진은 오후 네 시 이십오 분 무렵 선유도에서 찍혔다. 방조제 사진과의 사이에는 한 시간 남짓한 공백이 있다. 그 시간을 모두 한곳에서 보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진에 남은 지점은 분명히 바뀌었다. 멀리서 섬의 윤곽만 보던 자리에서, 이제는 바위의 결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해안으로 들어왔다. 새만금에서 신시도와 무녀도를 거쳐 선유도로 이어지는 연결도로를 생각하면, 바다를 건너며 가까워진 섬이 어느새 발밑의 땅이 된 셈이다.

이곳은 선유도 북쪽, 망주봉 동쪽의 자갈 해안이다. 지도를 펼치기 전에는 선유도 바위산을 멀리서만 볼 줄 알았는데, 사진에 먼저 남은 것은 해안 옆으로 크게 솟은 바위였다. 밝은 회색 표면에 세로로 갈라진 선이 여러 겹 내려오고, 아래쪽은 물에 닿아 더 어둡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인 바위가 가까이에서는 굽은 면과 그림자, 가느다란 틈으로 나뉜다. 이 앞에서는 바다보다 바위에 눈이 오래 머물렀다.

선유도 망주봉 동쪽 물가에 솟은 회색 바위 절벽
선유도에 들어와 가장 먼저 가까이 마주한 바위의 얼굴.

바위 바로 옆에서 찍은 사진에는 작고 둥근 돌이 깔린 물가와 잔잔한 물결이 함께 들어 있다. 모래사장이라면 발자국이 남을 자리인데, 여기서는 돌의 질감이 해안의 표정을 만든다. 군산시 관광 안내는 망주봉을 선유도 북쪽에 선 두 바위산으로 소개한다. 이 해안에서 보이는 것은 그 바위산의 한 면과 발밑의 자갈이다. 바위의 거친 면, 낮은 자갈, 매끄러운 수면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붙어 있어서, 같은 자리에서도 위를 볼 때와 아래를 볼 때 풍경이 달랐다.

선유도 망주봉 동쪽 바위 옆의 작은 자갈 해안과 잔잔한 물
바위 아래 자갈과 물이 만나는 좁은 해안.

조금 떨어져 바위 전체를 담으면 위쪽의 소나무와 아래쪽 물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볼 때는 바위가 화면을 거의 다 차지했는데, 뒤로 물러나니 그 주변의 작은 배와 돌 해안까지 같이 보였다. 여행지에서 풍경의 크기를 알게 되는 순간은 사진을 확대할 때보다 프레임을 넓힐 때인 것 같다. 바위 곁에 놓인 것들의 크기가 보이자, 아까 마주한 회색 절벽의 높이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소나무가 자란 선유도 바위와 앞쪽 자갈 해안
조금 물러서니 바위 위의 나무와 해안의 크기가 함께 보였다.

물 위에는 작은 배가 떠 있었고, 해안 끝에는 사람들이 보였다. 같은 바다라도 방조제에서 볼 때처럼 멀리 펼쳐진 면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는 배와 사람, 섬 끝의 바위가 바다를 여러 구간으로 나눈다. 사진 속 물결은 비교적 잔잔해 보였지만, 자갈이 있는 가장자리까지 가려면 발밑을 계속 보게 된다. 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싶을수록 어디에 서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유도 자갈 해안 앞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
자갈 해안 앞의 작은 배. 바다는 방조제에서보다 가까워졌다.

바위에서 시선을 떼어 반대편으로 돌리면 낮은 섬과 흰 암초가 물 위에 흩어져 있다. 처음에는 모두 비슷한 색으로 보였는데, 사진을 크게 보니 먼 산의 능선은 굴곡이 뚜렷하고 가까운 바위는 햇빛을 받아 더 밝다. 선유도의 재미는 한 장소에서 방향만 바꿔도 화면이 꽉 찬 바위와 넓게 열린 섬 풍경을 번갈아 만나는 데 있다. 이날 해안에서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고르기보다, 서로 다른 두 풍경 사이를 계속 왕복하며 사진을 찍었다.

선유도 앞바다의 밝은 암초와 뒤편 섬들
바위에서 눈을 돌리자 물 위의 암초와 여러 겹의 섬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바위를 다시 가까이 담은 사진이 있다. 조금 전의 전경 사진에서는 풍경 한 부분이던 절벽이, 다시 화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장소를 몇 분 사이에 되풀이해 찍은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처음 본 모양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위가 만드는 그늘과 햇빛이 닿는 면을 번갈아 보면서, 방조제의 수평선과는 완전히 다른 선을 눈에 익히고 있었다.

선유도 해안의 바위 절벽과 물가를 가까이서 본 모습
같은 바위를 다시 가까이 담으니 빛과 그늘의 선이 달랐다.

선유도의 서쪽을 지나 돌아가는 길

오후 네 시 오십오 분 무렵에는 선유도 안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한 사진이 이어진다. 한 장에는 바다 한가운데 둥근 산 모양의 섬이 어둡게 놓여 있고, 다른 장에는 나무와 전선, 차가 있는 길이 보인다. 바다 사진만 골라 놓으면 섬 여행은 물가에서 물가로 순간 이동한 듯하지만, 실제 동선에는 이런 도로 장면이 끼어 있다. 선유도는 바다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는 길과 집, 차량이 풍경 사이에 놓인 섬이라는 사실이 사진에서 더 잘 드러난다.

선유도 서쪽 바다에 어둡게 놓인 둥근 섬
서쪽으로 이동하며 다시 만난 섬의 둥근 윤곽.

낮의 푸른빛이 조금씩 옅어지는 시간이었다. 도로 위 사진에서는 하늘이 넓지만 섬의 바위는 그늘에 가깝고, 해안 사진에서 선명하던 질감도 멀어졌다. 일몰을 보려면 어디에서 서쪽 하늘을 볼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선유도 안에서 그대로 해를 기다리는 길도 있었겠지만, 사진의 다음 위치는 다시 새만금방조제 쪽이다. 그날은 섬 사이에서 해를 보기보다, 조금 거리를 두고 섬들의 윤곽까지 함께 보는 장면을 택했던 것 같다.

선유도 나무와 전선이 이어진 도로의 오후 풍경
바다와 바다 사이에는 나무와 차가 있는 섬의 길이 있었다.

이동 중 찍힌 교차로 부근 사진에는 차와 표지판, 어두워진 바위산이 같이 남아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찍은 사진보다 이런 한 장이 시간의 변화를 잘 알려 준다. 오후의 끝은 갑자기 주황색으로 바뀌지 않는다. 하늘에서 파란색이 빠지고, 도로 옆 나무와 산이 먼저 검은 윤곽이 된다. 조금 전 돌 해안에서 마주 본 바위의 표면이 이때는 덩어리째 어두워 보인다. 다시 바다 앞에 설 때는 이미 빛이 다른 풍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유도 교차로 뒤로 어두워지기 시작한 바위산
해가 낮아지자 길 뒤의 바위산이 먼저 짙은 그림자가 되었다.

방조제에서 기다린 해넘이

오후 다섯 시 사십삼 분, 카메라는 다시 방조제의 바다를 향했다. 첫 사진에는 낮은 해와 물 위로 길게 내려온 빛의 길이 보인다. 멀리 놓인 섬들은 선명한 지형이라기보다 검은 종이처럼 얇게 이어진다. 오후 세 시의 바다가 하늘과 물의 넓이를 보여 주었다면, 이때의 바다는 해가 닿는 한 줄로 시선을 모았다. 같은 방조제라도 두 시간여가 지나자 눈이 머무는 자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새만금방조제에서 본 낮은 해와 바다 위 긴 반사광
다시 방조제에 섰을 때, 해는 이미 바다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해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중에는 화면 앞쪽에 발이 들어온 것도 있다. 풍경만 남긴 사진보다 개인 여행기에는 이 한 장이 더 중요하다. 그때 내가 단지 전망을 지나간 것이 아니라, 잠시 앉아서 낮아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바닷가의 돌은 화면 맨 아래에 작게 보이고, 발끝 너머로 노란 빛이 물 위에 곧게 뻗는다. 멀리 있는 섬과 아주 가까운 몸의 일부가 같은 프레임에 들어오니, 해질녘의 거리가 더 실감 난다.

발끝 너머로 보이는 새만금 바다의 해넘이
잠시 앉아 발끝 너머로 해가 낮아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해는 구름 띠에 걸렸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분 단위로 찍힌 사진을 넘겨 보면, 처음에는 밝은 노란 원이던 해가 점점 붉어지고 그 아래의 섬은 더 검어진다. 이 변화는 일몰 사진 한 장만 보면 놓치기 쉽다. 서쪽 바다가 갑자기 붉어지는 것처럼 기억하지만, 실제 화면에는 회색 구름과 연한 분홍빛, 금빛 반사가 오래 함께 있었다. 바다 위의 빛줄기도 해의 높이에 따라 조금씩 짧아졌다.

구름 아래 노란 해와 물 위로 번지는 금빛
구름 아래 나온 해가 물 위에 가늘고 긴 빛의 길을 만들었다.

구름 아래로 해가 나온 순간에는 물결 하나하나가 반사광을 잘게 쪼개 놓았다. 사진에는 고요한 수면처럼 보이지만, 빛이 이어진 모양은 매끈한 거울과 다르다. 어떤 구간은 밝고 어떤 구간은 갑자기 끊긴다. 방조제에서 같은 방향을 계속 바라본 이유는 이 흔들리는 길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섬의 위치는 그대로인데, 물 위에 놓인 길은 매 순간 새로 생겼다가 사라진다.

군산 앞바다의 섬과 금빛으로 흔들리는 수면
같은 자리에서도 물 위의 반사광은 계속 모양이 바뀌었다.

다섯 시 오십이 분 무렵에는 해가 먼 섬의 능선 가까이 내려왔다. 하늘 전체가 불타는 색은 아니었다. 구름 위쪽은 옅고, 해 주변에만 붉은빛이 모였다. 그래서 오히려 어두운 섬의 등줄기가 또렷해 보인다. 어디로 해가 떨어지는지 보이기 시작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달라진다. 넓은 하늘을 둘러보던 눈이 점점 섬 하나와 그 위의 작은 원으로 좁혀졌다. 사진의 연속된 시각이 그 집중을 그대로 보여 준다.

멀리 섬 능선 가까이 내려온 주황빛 해
섬의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해의 색이 더 붉어졌다.

물가 쪽으로 걸어간 사람 한 명이 들어온 사진도 남았다. 방조제의 돌과 바다, 멀리 지는 해 사이에 아주 작은 실루엣이 서 있다. 그 사람을 보고서야 내가 서 있던 곳과 물가 사이의 거리, 그리고 하늘이 차지하는 크기가 한 번에 느껴졌다. 일몰 명소를 설명할 때는 어디에 해가 떨어지는지가 가장 먼저 적히지만, 그 자리에서 함께 해를 보는 사람들의 크기도 풍경을 이루는 것 같다. 누구인지 모르는 뒷모습이라도, 이 시간의 조용한 분위기를 전해 준다.

새만금방조제 돌 해안의 사람과 먼 섬 위의 해
돌 해안에 선 작은 실루엣이 하늘과 바다의 크기를 보여 준다.

마지막 사진의 해는 섬의 선에 거의 닿아 있다. 조금 전까지 길게 이어지던 반사광은 희미해졌고, 바다보다 하늘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만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꽃 앞에서 출발해 바위 곁으로 갔다가 다시 넓은 바다 앞에 돌아온 하루가, 이 짧은 붉은 선을 보며 천천히 닫히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낮의 푸른 바다와 저녁의 주황빛을 다른 날의 장면처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섬 능선에 거의 닿은 붉은 해와 저녁 바다
마지막 사진에는 섬의 선에 걸린 붉은 해가 남았다.

사진이 알려 준 하루의 길이

그날의 여행을 다시 계획한다면 명소를 더 추가하기보다, 방조제와 선유도 해안에 머무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싶다. 방조제에서는 꽃과 바다를 한 화면에 넣으려 몇 걸음을 옮겼고, 선유도에서는 바위에 가까이 갔다가 떨어져 보기를 반복했다. 해 질 무렵에는 위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 같은 수평선을 여러 번 바라봤다. 이동한 거리에 비해 멈춘 시간이 길었던 여행이다. 그래서 사진을 순서대로 펼치면 어떤 곳을 '찍고 왔다'는 목록보다, 어느 풍경 앞에서 시선이 오래 머물렀는지가 먼저 보인다.

선유도에 들어갈 때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만 보고 시간 계산을 빠듯하게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군산시 관광 안내에서도 신시도에서 무녀도와 선유도로 이어지는 길을 소개하면서 섬 안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린다. 이 글의 시각들은 우리가 찍은 사진의 기록일 뿐,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의 코스를 약속하지 않는다. 바위와 자갈이 있는 해안에서는 걷는 속도가 달라지고, 일몰을 볼 자리도 그날의 날씨와 하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다음에도 정확한 사진 한 장을 목표로 달리기보다, 바다를 바라볼 시간을 먼저 남겨 두고 싶다.

처음에 본 분홍 꽃은 해 질 무렵 사진에는 없다. 대신 마지막 장에는 섬 위로 내려앉는 붉은 해가 있다. 낮의 방조제, 선유도의 돌 해안, 다시 방조제의 저녁은 사진 색부터 전혀 다르지만 한 줄로 이어진다. 이 길을 한 번에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유명한 장소 이름보다, 같은 바다가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는 감각이다. 꽃 앞에서 바다를 봤을 때는 아직 해가 높았다. 마지막에 돌아와 섰을 때는 그 바다가 하루를 조용히 접고 있었다.

방문 위치를 더 자세히 살펴볼 때는 군산시 문화관광의 망주봉 안내와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안내를 참고할 수 있다. 글 속 동선과 시각은 사진에 남은 이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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